[기고] 바로 지금, 습지를 되살릴 시간

국민일보

[기고] 바로 지금, 습지를 되살릴 시간

유제철 환경부 차관

입력 2023-02-02 04:02

콩고민주공화국이 지난해 7월 경제난을 이유로 콩고분지 내 석유·가스 매장지 30여곳의 개발권을 경매에 내놓으면서 국제적인 환경 논쟁이 촉발됐다. 콩고분지는 아마존에 이어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큰 열대우림이다.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하는 이곳에는 290억t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는 이탄습지가 있다. 전 세계가 3년간 화석연료를 사용했을 때 배출하는 온실가스양과 맞먹는다. 콩고분지가 개발되면 이곳 이탄습지는 온실가스 배출원으로 바뀔 수 있다.

유엔환경계획이 2021년에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토지의 3%에 불과한 이탄습지가 세계 산림의 두 배에 달하는 탄소를 저장한다고 한다. 그런데 1850년 이후로 이탄습지의 11%가 농업, 이탄 채굴 등의 이유로 건조화됐고, 습지의 기능이 손실된 이탄습지에서 매년 약 2억t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기후위기 시대에 습지 복원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매년 2월 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습지의 날’이다. 올해 주제는 ‘바로 지금, 습지를 되살릴 시간’으로 정해졌다. 우리의 선택과 실천이 습지 복원의 첫걸음임을 강조한다. 습지 개발로 경제적 이익과 환경 오염을 모두 경험한 미국, 독일 등은 매립 또는 간척된 습지를 자연적인 습지로 되돌리고자 복원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세계는 습지생태계 복원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삶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국제사회 노력에 발맞춰 향후 5년간(2023∼2027년)의 습지 보전 방향을 새롭게 정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지속 가능한 습지생태계 조성’이다. 우선 습지의 훼손을 막기 위해 습지보호지역 확대를 지속한다. 또한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 훼손지 조사 결과와 지역 수요를 기반으로 우선 복원 대상지를 선정해 복원한다. 더불어 2026년까지 습지 복원과 유지, 관측 등에 효과적인 기술을 개발한다. 나아가 시민, 기업, 전문가, 지방자치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과 협업을 강화해 복원사업의 지속 가능성도 확보한다.

람사르협약의 지구습지전망(2021)에 따르면, 2100년까지 습지 보전과 복원을 위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을 경우 건조된 이탄습지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인류 전체 ‘탄소예산(Carbon Budget)’의 12~41%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탄소예산은 온실가스 배출과 흡수를 정량화했을 때 인류에게 허용된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의미한다. 우리가 습지 복원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유다. 이제 미래세대를 위해 습지를 되살리자는 목소리를 내고 힘차게 행동할 때라고 생각한다. 세계 습지의 날을 맞아 다시 한번 습지의 가치와 중요성을 되새기고, 습지 복원을 위한 작은 실천이 사회 곳곳에 퍼지길 기대해 본다.

유제철 환경부 차관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