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눈살 찌푸리게 하는 국힘 대표 선거…정책·비전 어디 갔나

국민일보

[사설] 눈살 찌푸리게 하는 국힘 대표 선거…정책·비전 어디 갔나

입력 2023-02-02 04:02
사진=이한결 기자, 연합뉴스

국민의힘 지도부 선출을 위한 3·8 전당대회가 갈수록 가관이다. 정책·비전은 아예 찾을 수 없고 윤심(尹心)만 남았다.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의 불출마로 당대표 선거는 ‘김기현 대 안철수’ 구도가 됐지만 정작 두 후보 모두 당을 이끌 비전을 제시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저 만찬을 자랑하더니 갑자기 구멍난 양말 논쟁을 벌이고, 이제는 여자 배구 김연경 선수와 찍은 사진을 놓고 싸운다. 제왕적 총재가 공천권을 포함한 당의 권력을 장악하고, 그 총재와의 친밀함을 앞세운 중간 보스가 계파라는 이름으로 의원들을 관리했던 구시대 정당정치로 돌아가는 게 아닌지 우려될 정도다.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2016년 20대 총선 직전 새누리당 모습을 연상케 한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안다고 자처했던 친박(親朴)계 의원들은 여론과 동떨어진 진박(眞朴) 마케팅으로 선거를 치렀다. 그 결과 19대 국회에서 의석수가 절반이 넘었던 새누리당은 과반 확보에 실패한 것은 물론이고 원내 1당에서도 밀려났다. 그런데 그 때 유행했던 단어가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다시 등장했다. 총선 승리를 견인하겠다며 당권에 도전한 윤상현 의원이 1일 “나는 친윤이 아니라 진윤(眞尹)”이라고 나섰다. 문제는 이것이 윤 의원 혼자만의 튀는 발언이 아니라는 점이다. 당원의 축제가 돼야 할 전당대회를 한 달여 남긴 국힘에서는 여전히 친윤, 진윤, 멀윤(멀어진 친윤)이라는 윤심 논란만 반복되고 있다. 바라보는 국민들로서는 눈살만 찌푸리게 되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다.

국민의힘 대표 선출은 단순히 한 정당의 지도부 구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집권 2년차를 맞은 윤석열정부는 교육·노동·연금개혁을 비롯한 각종 국정과제 수행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 안보 위기 등 대외 여건조차 어느 때보다 좋지 않은데 국회에는 과반 의석의 강력한 야당이 버티고 있다. 미래의 청사진을 담은 개혁안을 내놓고, 수많은 이익집단의 갈등을 조정하며, 야당의 협조를 구해 법을 통과시키는 것이 집권여당 대표가 할 일이다. 이를 모두 뒷전으로 미뤄두고 지엽적인 일로 말초적인 싸움을 벌이는 것은 곤란하다. 당원뿐 아니라 국민들에게 무책임한 일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은 집권여당 대표 후보들이 가수 남진과의 인증샷 꽃다발 출처를 놓고 신경전을 벌일 만큼 한가롭지 않다. 승리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총선이 끝난 뒤 해보겠다는 안일한 생각으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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