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소설인지 실록인지 진상 규명돼야

국민일보

[사설]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소설인지 실록인지 진상 규명돼야

입력 2023-02-02 04:03
8개월간의 해외 도피 끝에 태국에서 체포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오전 두 손이 포박된 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김성태 전 회장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북측에 건넨 800만 달러(약 98억원) 중 300만 달러(약 37억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방북을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2019년 김 전 회장은 임직원 60여명을 동원해 이른바 ‘쪼개기 밀반출’ 수법으로 북한에 모두 800만 달러를 보냈다. 이 중 500만 달러(약 61억원)는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이고, 300만 달러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방북을 위한 비용이라는 것이다. 한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북측에 보낸 이 대표의 친서와 경기도 공문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서에는 식량과 산림녹화 협력 내용이, 공문에는 이 대표를 포함한 경기도 대표단의 북한 초청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이 대표는 지난달 13일 김 전 회장에 대해 “얼굴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도 국내로 송환되면서 “이 대표를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런데 김 전 회장은 검찰에서 이화영 전 부지사의 소개로 이 대표와 통화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 대표와 김 전 회장은 서로의 모친상에 측근을 보내 조문도 했다. 전혀 모르는 사이라는 진술이 조금씩 흔들리는 셈이다. 이 대표는 31일 대북 송금 의혹에 대해 “검찰의 신작 소설”이라고 반박했고, 국민의힘은 1일 “누가 봐도 범죄 실록”이라고 재반박했다. 민간 기업인이 거액의 돈을 북한으로 밀반출했고, 이화영 전 부지사는 이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 경기도도 몇 년간에 걸쳐 대북 사업을 실제로 추진했다. 당시 지사였던 이 대표가 이런 과정을 전혀 몰랐다고 말하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

지난 정부 시절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북한에 협력 사업들을 제안했지만, 제대로 이뤄진 건 없었다. 유엔 대북 제재가 강하고, 북한이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상식적인 기관이나 지자체라면 북측이 요구하는 돈을 건네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김 전 회장은 800만 달러의 거금을 밀반출해 보냈다. 그 과정과 배경에 대한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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