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락에 침대·화장실도 구비… 모텔로 둔갑한 룸카페

국민일보

도어락에 침대·화장실도 구비… 모텔로 둔갑한 룸카페

여가부, 전국 지자체에 단속 당부

입력 2023-02-02 00:02
서울 성북구의 한 룸카페. 문으로 공간을 분리할 수 있는 밀실형 룸 안에 베개와 담요 등의 침구류와 TV 모니터가 있는 모습.

숙박업소 형태를 띤 ‘밀실형 룸카페’가 청소년의 은밀한 일탈 장소로 활용되자 정부가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분리·독립된 방 형태에 침대까지 갖춰진 카페는 엄연히 청소년 출입 금지에 해당한다.

1일 찾은 서울 강남의 한 룸카페는 복도 양옆으로 20여개의 밀폐된 방이 들어찬 구조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바닥에는 푹신한 매트리스가 방 전체에 깔려있었다. 베개와 담요 등 침구류가 갖춰져 있는 곳도 있었다. 방문에 창문을 낸 한 룸카페는 불투명한 시트지를 부착해 놨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기 어렵게 한 것이다. 신촌의 한 룸카페의 경우 방마다 잠금장치를 설치하고, 내부에는 침대와 개별 화장실까지 갖춘 모습이었다.

마포구의 한 룸카페 직원 이모(29)씨는 “이용하는 손님 중 열에 여덟은 청소년”이라며 “1주일에 5일을 일하는데, 피임 도구를 비롯해 거의 매일 성행위 의심 흔적을 치우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강남에서 룸카페를 운영하는 김모(50)씨도 “청소년들이 특히 밤 9시 이후에 많이 온다”며 “안에 들어가서 무엇을 하는지 알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일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룸카페 형태로 운영되는 한 만화방에서 청소년의 성행위를 목격했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청소년의 룸카페 이용 경험률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2020년 여가부가 실시한 청소년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유해업소 이용 경험률은 멀티방·룸카페 14.4%, 비디오방 2.0%, 이성 동행 숙박업소 1.6% 등으로 룸카페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여가부는 모텔과 유사한 형태로 영업하고 있는 ‘신·변종 룸카페’가 청소년 출입·고용 금지업소에 해당한다며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단속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단속 강화 소식에 룸카페 업주들은 반발의 목소리를 냈다. 서대문구에서 룸카페를 운영하는 박모씨는 “일부 변태적인 업소 때문에 청소년을 못 받게 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영업주도 “일부 사례 때문에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곳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모든 룸카페가 그렇게 운영된다는 식으로 일반화해선 안 된다”고 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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