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소설의 끝

국민일보

[한마당] 소설의 끝

남도영 논설위원

입력 2023-02-03 04:10

2007년 9월 3일 노무현 대통령은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의 신정아씨 비호 논란에 대해 “소설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일주일 만에 변 실장의 사표를 받았다. 민정수석으로부터 변 전 실장과 신씨가 오래전부터 연락을 주고받아왔다는 사실을 보고받았기 때문이었다. 노 대통령은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참 난감하게 됐다. 참 할 말이 없게 됐다”고 사과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상상 속의 소설이 아닌 현실이었다. 검찰은 뇌물수수, 업무방해,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변 전 실장을 기소했지만, 신씨 관련한 혐의는 모두 무죄로 확정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과 유튜브 채널 더탐사는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참석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다. 대통령실은 즉각 서면 브리핑을 통해 “김 의원이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의 동선과 관련해 완전히 꾸며낸 소설을 발표했다”고 반박했다. 경찰 조사 결과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한 여성의 자작극으로 밝혀졌다. 한 장관은 김 의원과 더탐사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 소설의 끝은 법정에서 가려지게 생겼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영화와 소설에 자주 비유한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대장동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남욱 변호사에게 연기 지도한 것 아닌가. 연출 능력도 낙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남 변호사는 “이 작품은 영화가 아니고 다큐멘터리”라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의 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되자 “공소장 내용은 소설에 불과하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 대표도 “검찰의 창작 완성도가 매우 낮은 것 같다”고 거들었다.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의혹이 불거지자 이 대표는 “검찰의 신작 소설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 2일에도 기자들의 질문에 “소설 가지고 자꾸 그러지 마시라”고 답했다.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소설 공방의 끝은 대개 해피 엔딩보다는 새드 엔딩 쪽이었다. 이번 소설은 어떨까.

남도영 논설위원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