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생 직결된 전세사기 대책, 허점 없도록 상시 정비하라

국민일보

[사설] 민생 직결된 전세사기 대책, 허점 없도록 상시 정비하라

입력 2023-02-03 04:01
전세사기 합동대책발표회가 열린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이 대책발표를 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경찰이 6개월간 전세사기 특별단속을 벌여 1941명을 검거하고 168명을 구속했다. 2년 전 단속 때보다 검거 및 구속 인원이 각각 8배, 15배로 급증했다. 전세금을 가로채는 사기 범죄가 그만큼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을 말해준다.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의 절반은 20~30대 청년층이고, 범행 대상 주택은 70%가 빌라였다. 사회에 나와서 기반을 마련하려 아등바등하던 젊은이, 내 집 마련의 높은 문턱에 전세살이를 감내하던 서민들이 살아갈 밑천을 강탈당했다. 악질적인 범죄다.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전세사기는 조직적인 범죄로 진화했다. 무자본 갭투자 사기극을 기획한 6개 조직이 적발됐다. 컨설팅업자 등 주모자 14명이 구속됐고 이들의 범행에 가담한 공모자도 350명이나 된다. 6개 조직이 전세사기에 동원한 주택은 6000채가 넘었다. 이렇게 대규모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는 것은 제도에 허점이 있었음을 뜻한다. 특히 2017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금 비율) 80%에서 100%로 완화한 점이 악용됐다. 3억원짜리 집을 3억원에 전세 주면서 보증보험으로 세입자를 안심시키고 무자본 매입해 전세금을 가로챘다.

한국의 독특한 주택 임대차 방식인 전세는 가처분소득이 많지 않은 서민에게 유리한 제도다. 전세가 소멸하지 않도록 유지하는 일은 민생에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위한 제도 정비는 무엇보다 치밀해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HUG 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전세가율 90%로 낮춰 무자본 갭투자를 방지하고, 공인중개사와 감정평가사 규제를 강화하고, 임대인 신용정보를 임차인에게 제공하는 대책을 내놨다.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안심전세앱’도 개발했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는 것들인데, 미처 발견하지 못한 빈틈은 없는지, 새로운 사각지대가 생기지는 않는지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정비해야 할 것이다. 특히 임대인이 믿을 만한 사람인지 임차인이 확인하기 어려웠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확실히 해소하려면 입법이 필요하다. 국회는 이미 제출된 관련 법안의 심의와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

경찰이 6개월간 수사했지만, ‘바지’ 임대인 배후세력 등 357건 1577명이 여전히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올해와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사기 계약 물량이 많아 피해는 계속 불어날 거라고 한다. 수사도 계속돼야 할 것이다. 예고한 2차 단속을 더욱 강도 높게 벌여 전세사기 발본색원의 기회로 삼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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