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 공공기관 2차 이전, 시너지 내려면

국민일보

[여의춘추] 공공기관 2차 이전, 시너지 내려면

송세영 편집국 부국장

입력 2023-02-07 04:08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은 수도권과의 격차 확대와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에 절호의 기회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공공기관 유치에 사활을 걸 태세다. 이전 대상 기관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희망 목록부터 발표하며 선점을 노리거나 정치권과 언론을 상대로 유치 정당성 호소에 나서는 등 벌써 과열 조짐을 보인다. 전국혁신도시협의회가 지난달 30일 공공기관을 기존 혁신도시에 우선적으로 배치해 달라고 촉구하는 등 혁신도시와 다른 지역 간 경쟁도 시작됐다.

공공기관 이전은 현 정부의 주요 정책과제 중 하나다.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산하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는 지난해 4월 ‘지역균형발전 비전 및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15개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제시했다.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360개 공공기관이 이르면 내년(2023년) 하반기 이전을 시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중으로 사업의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국가 정책이 지자체 간 밥그릇 싸움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공공기관 1차 지방 이전에 대한 엄정한 평가를 바탕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1차 사업은 노무현정부가 2005년 계획하고 2014년부터 본격 시행해 2019년 마무리됐다. 2005년 당시 수도권에 있던 346개 기관 가운데 176곳이 이전 대상으로 선정됐고 통폐합 등을 거쳐 153곳이 혁신도시 등으로 이전했다. 혁신도시로 이전한 인원은 약 4만4000명이고 다른 지역으로 개별 이전한 곳을 포함하면 5만명 이상이다. 여기에 총 10조원 이상의 정부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10개 혁신도시 중 부산 전북 울산 외에는 계획인구를 달성하지 못했다. 문윤상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이 2021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혁신도시는 초반에 수도권으로부터 인구 유입이 늘다가 시간이 갈수록 주변 지역에서 유입이 늘어나는 특징을 보였다. 공공기관 이전에만 의지해서는 지역균형발전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고 주변 지역의 쇠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전 기관 의존도가 높은 혁신도시에선 주말이면 공동화 현상이 발생한다. 교육과 의료 등 혁신도시의 정주여건 조성 노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혁신도시를 새로 조성해야 했던 1차 때와 비교해 2차 사업은 훨씬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2차 사업의 주요 대상인 중간 규모 공공기관의 경우 인프라가 학보된 기존 혁신도시의 유휴 공간에 입주하는 것만으로도 이전이 가능하다. 이번엔 정주여건 개선과 시너지 창출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제2혁신도시 지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기존 혁신도시도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인구 2만명 안팎의 도시를 새로 만든다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 지역균형발전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수도권 공공기관 대부분을 이전하는 게 바람직하다. 부산 이전을 추진 중인 산업은행 외에 수출입은행이나 농·수협 중앙회 등 대규모 기관도 이전 검토 대상에 올려야 한다.

균형발전이라는 자구에 얽매여 지역 경제가 낙후되고 인구 감소 폭이 큰 지역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교육부의 글로컬대학 정책처럼 선택과 집중 전략이 낫다. 유치한 공공기관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지자체의 비전이나 주민들의 관심과 협조가 부족한 곳은 과감하게 배제해야 한다. 민간기업 유치에 성과를 내고 지역 대학과 효과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하는 곳에는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문재인정부 때도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때를 놓친 게 패착이었다. 집권 초반에는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렸고 후반으로 갈수록 동력이 약해졌다. 결국 수도권 민심 이반, 이전 대상 공공기관 직원들의 반발, 부동산 시장 자극 등의 우려를 돌파하지 못하고 좌초하고 말았다.

노무현정부를 계승했다는 문재인정부도 하지 못한 이 사업을 윤석열정부가 다시 추진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지방 소멸 등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다는 방증이다. 공공기관 2차 이전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정치적 이해관계나 이념 성향에 따라 좋은 정책에도 꼬리표를 붙여 찬반을 가르는 행태에서 벗어나 정치를 선진화하는 청신호가 될 수 있다.

송세영 편집국 부국장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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