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주 칼럼] 2월이 더 두려운 난방비

국민일보

[한승주 칼럼] 2월이 더 두려운 난방비

입력 2023-02-08 04:20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도시가스 요금 인상돼
한겨울 난방비 폭탄 충격

취약계층 지원 당연하나
중산층까지는 신중해야
재정 부담되고 기준 모호해

현금성 지원에만 머물지 말고
주택 에너지 효율 높일 수 있는
장기적 인프라 구축 늘려야

보고야 말았다. 가스앱을. 이미 한번 ‘악’ 소리 났던 지난달 고지서. 그러나 그보다 더 두려운 2월 청구요금을. 지난달 무려 전월 대비 3~4배 오른 도시가스 요금을 받아든 사람들은 공공요금 인상을 온몸으로 실감했다. 너나없이 에너지 절약 캠페인이라도 벌이듯 난방비 줄이는 법을 공유했다. 집에서 겨울 패딩 점퍼 입고 자기, 안방에 텐트 치고 그 안에서 버티기. 맨발로 못 다닐 정도로 발이 시려도 보일러는 무서워서 못 틀겠다고 했다. 목욕탕 딸기농장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아예 일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한다. 가스 요금이 이렇게 오른 건 전쟁 탓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유럽 각국에 가스 공급을 확 줄였다. 그 여파로 세계적으로 천연가스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가격이 1년 전보다 2배 이상 뛰었다.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적자)은 사상 최대인 약 9조원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10월 요금이 올랐다. 12월 기온이 뚝 떨어지자 보일러를 틀었고, 지난달 우리는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

정부도 놀랐다. 난방비 폭탄이 코로나보다 힘들다는 불만이 쏟아지자 서둘러 대책을 마련했다. 에너지 바우처 지원 가구 등에 대한 지원을 2배로 늘렸다. 추가로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 모두에게 59만2000원까지 난방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문제는 중산층 지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중산층의 난방비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후 각 부처가 방법을 고심 중이다. 그러나 감당할 여력이 있는 중산층까지 지원하는 것이 맞을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우선 재정 여력이 없다.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에 1800억원, 이후 발표된 추가 지원에 약 30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중산층 지원을 위해서는 수조원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야 한다. 추경으로 돈을 풀면 물가 잡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1000조원대 국가채무가 더 늘어나는 것도 부담이다. 요금을 할인해 주면 결국 그만큼 향후 공급 비용에 반영된다. 다시 중산층의 지갑을 열게 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공산이 크다. 게다가 전적으로 가스를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나라에서 요금을 깎아준다는 건 많이 써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중산층의 기준도 모호하다. 통계청이 활용하는 중산층 기준은 중위소득

50~150%, 비중은 대략 60%이다. 건강보험료, 중위소득 등 다양한 기준을 활용해 선별해도 형평성은 늘 논란거리다. 경계에서 탈락해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이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지원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 요금은 계속 오르고 해마다 난방비 대란은 일어날 것이다. 언제까지 돈으로 막을 수 있겠는가. 당장의 난방비가 없어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하는 취약계층 지원은 마땅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중산층까지 지원하는 건 과도하다. 여력이 있으면 노후 주택 개선 등 장기적인 대책에 투입해야 한다.

정부의 에너지 복지 정책은 보조금 투입에 집중돼 있다. 주택 에너지 효율 개선 같은 인프라 지원이 부족하다.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 현금성 지원 같은 단기적 처방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낡은 아파트의 노후 보일러를 교체하고, 단열을 해서 난방비를 줄여나가야 한다. 쪽방촌의 경우 아파트에 비해 단열 정도가 70~80%밖에 안 된다. 실내온도를 1도 올리는 데 7%의 난방비가 더 들어간다. 쪽방·고시원과 같은 비주택 거주 가구가 42만이다. 여기에 옥상이나 지하 등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를 더하면 180만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 규모는 관련 예산의 10% 정도로 매우 낮다. 나머지 90%는 바우처 제공, 요금 할인 등 에너지 구입 비용 지원이다.

미국은 40년 넘게 연방정부 차원의 주택 단열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저소득층 주택 외관, 단열 자재 개선, 조명 개선 등이다. 주정부는 전기 수도 가스 회사들이 저소득층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에 지원하도록 강제한다. 유럽도 비슷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우리도 에너지 복지 정책 전반을 둘러봐야 한다. 언제까지 현금성 지원 같은 땜질식 처방에만 머물 러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인프라 구축 비중을 늘려야 한다. 저소득층이 직면한 에너지 빈곤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한승주 논설위원 sj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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