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의 인사이트] 조국 시즌2 보고 싶지 않다

국민일보

[이명희의 인사이트] 조국 시즌2 보고 싶지 않다

입력 2023-02-21 04:06 수정 2023-02-21 15:17

지난주 금요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 모인 더불어민주당 현역의원과 지역위원장들의 사진을 보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윤석열 정권 검사독재 규탄한다’는 피켓을 들고 웃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폭력으로 법을 무력화하려는 시정잡배와 다를 바 없게 느껴져서다. 이 자리에는 3000여명이 모였고, 곳곳에 파란 풍선을 든 지지자들은 ‘이재명’을 연호하기도 했다고 한다.

성남시장 재직 당시인 2014년 대장동 사업에서 초과이익환수 조항을 빼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수익 4895억원을 덜 받는 손해를 입혔다는 배임 혐의. 정진상·유동규씨 등 측근을 통해 대장동 사업자에게 사업 기밀을 알려줘 7886억원의 이익을 안겼다는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위례신도시 개발 정보를 민간사업자에게 알려줘 211억원의 이익을 안겼다는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 기업 4곳의 인허가를 해결하는 대가로 성남FC에 133억5000만원을 내도록 했다는 제3자 뇌물 혐의. 성남FC가 네이버에서 받은 뇌물 일부를 기부단체에서 받은 것처럼 꾸몄다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검찰이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과 성남FC 후원금 사건과 관련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적시한 다섯 가지 범죄 혐의다. 보통 사람은 이 중 하나라도 위반하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이런 이를 보호하자고 ‘방탄 집회’를 열었다.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할 국회가 민주주의에 역행하며 역사를 되돌리려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정적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초과이익환수 대신 확정이익 취득방식을 택했고, 제1공단 공원화 등을 통해 5503억원을 환수했다고 반박했다. 성남FC 후원금도 투자유치와 민원 해결을 위한 시정이었을 뿐 사익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3월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대권 후보가 두 달여 만에 체급도 안 맞고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해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 대표 자리에 오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은 구속을 피하기 위한 수순이었다. 헌법상 현직 국회의원은 현행범이 아니면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 불체포특권이 있다. 이 대표는 대선공약으로 불체포특권 폐지를 내걸었었다. “저 같은 깨끗한 정치인에게는 불체포특권은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27일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지지율 추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결과 지난주 민주당 지지율은 26%로 국민의힘(39%)보다 한참 뒤처졌다. 노무현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킬 경우 지난 대선에서 의원의 불체포특권을 공약한 민주당이 국민에게 명분 잃은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검찰은 정치적 승리를 거두게 된다”며 이 대표 스스로 법원에 출석해 영장심사를 받으라고 촉구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차라리 회기 중이 아닐 때 이 대표 스스로 영장심사 받으면 깔끔해질 것”이라고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의당은 체포동의안에 찬성하고 있다.

국민은 과거 ‘정권의 충견’으로 불렸던 정치검찰의 나쁜 모습을 자주 봐왔다. 이 사건이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적 탄압인지, 지방자치단체장의 토착비리인지는 향후 재판에서 증거와 법리로 가려질 것이다. 국회는 민생을 돌보고 경제를 살리는 데 매진해야 한다. 국민은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고통을 겪고 있다. 할 일은 안하고 초록은 동색이라고 제 식구 감싸기에만 열심인 국회라면 내년 총선에서 표 받을 기대는 하지 않는 게 낫다.

프랑스 판사 출신 정치철학가인 알렉시 드 토크빌은 “모든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고 했다.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유권자의 자질과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가려내는 것도 국민 개개인의 몫이다. 범죄를 저질렀어도 자기편의 들보엔 눈 감고, 상대방의 티끌만 들춰내고 단죄하려는 것은 곤란하다. 딸을 의사 만들기 위해 불법으로 서류를 조작하면서 입시비리를 저지른 범죄자를 감싸려다 어떻게 나라를 피폐하게 만들고 국민 가슴에 생채기를 냈는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서 이미 겪었다. 개인 비리를 정치 이슈화하면서 나라를 망치는 행위는 한 번으로 족하다.

이명희 종교국장 mheel@kmib.co.kr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