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가 100% 재정 지원… 수익은 전액 작가에게 돌아가”

국민일보

“지자체가 100% 재정 지원… 수익은 전액 작가에게 돌아가”

[일본 장애인예술 지원 현장을 가다] <3> 장애인 예술가 전시 공간 ‘코진’
교토후 타카기 히데오 참사 인터뷰

입력 2023-02-26 20:20
일본 교토후 건강복지부 장애인지원과 타카기 히데오(맨 왼쪽) 참사가 지난 1월 21일 교토후에서 운영하는 교토시 장애인 예술가 전용 갤러리 ‘아트스페이스 코진’에서 큐레이터 타카노 이쿠노(왼쪽 세 번째) 등 갤러리 관계자와 함께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1월 21일 일본 교토후(府) 교토시. 과거 500년 동안 일왕이 정무를 보았던 왕궁 ‘교토 고쇼’의 남동쪽 코진구치의 고즈넉한 골목에 작은 갤러리가 나타났다. 이곳은 교토후가 운영하는 장애인 예술가 전시공간이지만 그런 인상을 풍기는 어떤 문구도 없었다. 내부가 보이는 기역자 형태 통유리에 ‘아트스페이스 코진’(이하 코진)이라는 이름, 그리고 이와마 카주마·오카야스 사토미 2인전을 알리는 안내문이 적혀 있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작품을 감상하다보면 작품에서 비장애인의 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다른 감수성이 뿜어 나왔다. 전시 중인 작가 중 이와마는 자폐증을 앓는 13세 초등 6년 남학생이며 오카야스는 뇌성마비를 앓는 70세 할머니였던 것이다.

교토후 건강복지부 장애인지원과 타카기 히데오 참사를 전시장에서 만나 코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곳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타카노 이쿠노·카와카미 카츄라 등 큐레이터 2명도 동석했다.

-코진은 어떻게 생겨났나.

“교토후는 1995년 회화·사진·서예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장애인 예술가를 대상으로 한 공모전을 시행했다. 해를 거듭하면서 실행위원들 사이에서 연 1회 공모전에 그치지 말고 장애인 예술가들의 작품을 상설적으로 보여주는 전시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1년의 준비기간의 걸쳐 2015년에 ‘아트스페이스 코진’이 생겨났다.”

-전시장 운영은 어떻게 이뤄지나.

“교토후가 100% 재정지원을 한다. 원래 사무실이었던 곳을 개조한 뒤 집주인에게 임대료를 낸다. 전시는 계약직 전문 인력들이 맡아서 한다.”

-비영리공간인가.

“맞다. 관람객이 작품 구매 의사를 물어오면 큐레이터가 작가와 연결시켜 주며 매매를 주선한다. 판매 수익은 전액 작가에게 돌아간다. 다만, 작품 포장과 운송 등에 따른 실비는 작가가 부담한다.”

당시 전시 중인 이와마 카주마·오카야스 사토미 2인전 전경.

-전시 대상은.

“모든 장애인 작가를 포함한다. 교토에도 갤러리가 많지만 장애인을 위한 곳은 없다. 이들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보여주자는 취지로 이 공간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이름이 왜 코진인가.

“코진구치라는 지명에서 땄다. 장애인 예술 공간이라는 선입견을 없애려 일부러 그렇게 지었다. 전 세계 어떤 사람도 장애인 시설이라고 하면 안 들어오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장애인이라는 표현을 어디에도 안 쓴다. 그냥 갤러리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이 공간이 생겨난 이후 변화가 있다면.

“장애인 작가들도 비장애인 작가들처럼 전시를 하게 되면 일반 사회에 ‘포섭’이 될 수 있다. 그들은 한번도 큐레이션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 이곳 전시를 통해 그런 기회를 가지게 되고 작품의 가치도 더해진다.”

이 질문에는 큐레이터 타카노가 거들었다. 타카노는 “장애인 작가 중에는 ‘장애’라는 딱지를 떼고 일반 갤러리의 전속 작가가 된 경우도 있다. 이곳 전시가 계기가 돼 전국 단위에서 전시하게 된 작가도 있다. 교토 시내 호텔협회에서 로비에 그림을 걸자고 제안이 온 작가도 있다. 그럴 때는 ‘한 건 했구나’하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이후 질문은 타카노에게 돌아갔다.

-장애인 작가들의 전시를 기획하면서 염두에 두는 점이 있다면.

“저도 작가였다. 큐레이터 경험은 처음이다. 장애인 작가라고 해서 모든 점에서 강점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 명 한 명마다 이 작가는 이점이 좋다, 저 작가는 이 점이 좋다는 게 있다. 그 강점을 어떻게 살려줄까 고민한다.”

뇌성마미 할머니 오카야스 사토미의 작품 2점.

-이번 전시는 어떻게 기획하게 됐다. 초등생과 70대로 나이 차가 크다.

“교토 외곽에 ‘쿠사카베미술학원’이라는 동네 미술학원이 있다. 일반인부터 장애인까지, 초등생부터 할아버지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배운다. 교토후가 주관하는 장애인 대상 예술 공모전수상자 중에 이 학원 출신이 많다. 그래서 그 미술학원에서 배우는 사람들을 만나봤고, 회화에서 가장 강렬함을 느끼는 두 사람을 타이틀매치처럼 붙여보자고 생각하게 됐다. 전시 타이틀이 ‘그리기’다. 그냥 그리는 게 아니라 회화의 한계를 넘어보려는 두 사람을 나이 상관없이 선정했다.”

발달장애 초등생 이와마 카주마의 작품 2점.

초등 3학년부터 그림을 배워온 발달장애아 이와마는 이번이 생애 첫 전시라 너무 기뻐하며 앞으로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 전시하는 포부를 갖게 됐다고 한다. 오카야스는 2002년부터 뇌성마비가 심해져 오른손을 잘 쓰지 못해 작품 활동을 중단했다. 그러다 TV에서 쿠사마 야요이가 휠체어를 타고 그리는 모습을 보고 용기를 내 작품 활동을 재개했다고 한다. 그에게도 재도전후 첫 전시다. 한편 전시된 작품의 디지털 아카이브화를 중시해 관련 인력 2명을 별도로 채용했다. 홈페이지에 수록된 작품 이미지를 보고 작품의 이미지를 사용하고 싶다는 문의가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토=글·사진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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