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석운 칼럼] 국회의 체포 부결이 ‘대장동 면죄부’ 될 수 없다

국민일보

[전석운 칼럼] 국회의 체포 부결이 ‘대장동 면죄부’ 될 수 없다

입력 2023-03-01 04:20

반대보다 찬성이 많았던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노웅래 의원 체포 부결 때보다 많은 민주당 내 이탈표
‘야당 탄압 수사’ 주장 폈지만 동료 의원들도 납득 못 한 것
이 대표를 위한 방탄 국회 내년 총선 부메랑 될 수도
이 대표가 사즉생의 심정으로 결단해야 정치가 복원된다

국회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성남시장 시절 자신의 재선을 도와준 업자들에게 수천억원의 이권을 몰아주고 관내 기업들로부터 광고비 수십억원씩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을 국회가 가로막았다. 그러나 국회의 체포동의안 부결이 이 대표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이 보낸 체포동의서가 국회에 제출되자 이를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국회 표결 직전에는 동료 의원들 앞에서 신상발언을 했다. 그러나 표결 결과를 보면 이 대표의 주장에 동조한 의원들이 뜻밖에도 적었다. 체포동의안의 찬성표(139)가 반대표(138)보다 1표 많았다. 찬성표가 투표자(297명)의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바람에 체포동의안이 부결됐지만 무효·기권표(20명)까지 감안하면 이 대표의 혐의가 중하다고 판단한 의원들이 절반을 넘었다고 봐야 한다.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의 숫자는 지난해 12월 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의원들(161명)보다 적었다.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이 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겉으로 보면 국회가 이 대표를 지켜준 것 같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이 대표가 동료 의원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한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이 대표가 구속돼야 한다는 반응이 더 많았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민주당 지역위원장들에게 보낸 18쪽 분량의 글에서 검찰 수사가 증거도 없이 한두 명의 진술에 의존하고 있다며 영장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러나 구속영장에는 이 대표가 측근들을 통해 대장동 위례 개발사업 진행 과정을 상세히 보고받고 구체적인 지시를 했으며, 내정된 업체에 수익을 몰아주도록 한 과정이 생생하게 나온다. 이 대표가 직접 가필한 결재 문건과 보고받은 서류, 이면계약서, 결합개발 타당성 검토보고서 등이 증거로 제시돼 있다.

네이버, 두산건설, 차병원 등이 성남FC에 후원금을 낸 것은 성남시장과 무관하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지만 구속영장에 나타난 해당 기업들의 조사결과는 달랐다. 이들 기업은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당시 성남시장인 이 대표의 요구대로 후원금을 냈으며, 그 대가로 토지 용도변경, 건축물 용적률 상향 조정 등을 얻어냈다.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은 이 대표에게도 적용돼야 하고, 이 대표의 해명과 항변은 존중받아야 한다. 검찰 수사가 무리하거나 틀릴 수도 있다. 과거 검찰 수사를 돌아보면 세 번이나 구속되고도 세 번 모두 무죄 선고를 받은 박주선 전 의원처럼 억울한 정치인이 있었고, 적폐청산 수사 도중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처럼 불행한 이도 있었다. 그러나 국회가 체포동의안을 부결했다고 해서 이 대표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중단할 수는 없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0.73% 포인트 차이로 졌지만 여전히 유력한 정치인이고, 잠재적인 차기 대선 후보다.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나 제도권 교육도 제대로 못 받은 소년공 출신 변호사 이재명은 여전히 지지자들을 매료시키는 성공신화를 갖고 있다. 특히 스스로를 양극화에 희생된 소외계층이라고 생각하는 이 대표의 열렬 지지자들은 그의 인간적 약점이나 흠결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이 대표가 법정에서 누명을 벗고 무죄 선고를 받는다면 그의 정치적 기반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설사 사법처리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지지자들의 애정이 여전하다면 정치적 재기가 가능하다. 그러나 아무리 성공신화의 주인공이라고 하더라도 불법과 비리 의혹을 깨끗이 벗지 못한다면 정치 지도자로 설 곳은 없다. 이 대표가 사법처리와 함께 대중으로부터 잊혀진 존재가 된다면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대선이 끝난 지 1년이 되어가는데도 우리 정치는 소모적인 갈등과 대결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정부가 기대만큼 잘 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민주당 지지율이 저조한 데에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 대표가 불체포 특권을 방패삼아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그 부작용은 내년 총선에서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 대표는 사즉생의 심정으로 결단해야 한다. 그래야 민주당이 살고, 정치가 복원된다.

전석운 논설위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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