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 보내려 66%가 과외시킨다 [이슈&탐사]

국민일보

‘영유’ 보내려 66%가 과외시킨다 [이슈&탐사]

[욕망의 출발선, 영어유치원] <1> 3살 아이의 ‘초시합격’

입력 2023-03-06 04:06

유아대상 영어학원(일명 ‘영어유치원’)에 취학 전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 3명 중 2명은 자녀를 영어유치원에 진학시키기 위한 또 다른 선행학습 사교육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르게는 만 3세부터의 생애 초기 유아들도 영어유치원 ‘합격’을 위한 경쟁에 나서는 셈이다.

자녀를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학부모 다수는 매월 150만원 안팎의 비용을 투입한다. 그러면서도 영어유치원의 교육 효과에 크게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 다수는 자녀가 특목고·자사고 등을 졸업한 뒤 전문직을 갖고 한국사회에서 엘리트로 평가받길 원한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지난달 말 마크로밀엠브레인을 통해 현재 영어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 100명, 어린 시절 실제 영어유치원을 다닌 경험이 있는 성인 100명을 설문조사했다.


응답 학부모 100명 중 66명은 자녀의 영어유치원 진학을 위해 ‘사전 사교육’을 했다고 응답했다. 응답 구간 중간값과 응답자 비중으로 대략 표준화한 ‘사전 사교육’ 비용은 자녀 1인당 약 85만2500원이었다. ‘사전 사교육’에 ‘600만원 이상’을 썼다고 응답한 이도 2명이었다.

같은 방식으로 표준화한 영어유치원 월평균 투입비용은 자녀 1인당 142만5000원이었다. 이를 1년으로 환산하면 1710만원으로, 지난해 기준 4년제 일반대학 연평균 등록금(674만8700원)의 2.5배다. 학부모 100명 중 35명은 월 투입비용이 ‘100만~150만원’, 27명은 ‘150만~200만원’이라고 답했다. ‘350만~400만원’과 ‘400만~450만원’이라고 응답한 이도 1명씩 있었다.

영어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 다수는 자녀가 특목고·자사고에 진학하기를 희망했다. 100명 중 64명이 자녀의 외국어고(22명) 국제고(16명) 과학고(12명) 자사고(8명) 예술고(4명) 진학을 바란다고 했다. 이 같은 부모의 기대는 실제 특목고·자사고 정원 비중을 크게 웃돈다. ‘2022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이들 고교의 정원 비중은 졸업생 기준으로 전체의 7.47%다.

영어유치원 출신들이 실제 특목고·자사고에 진학한 비중은 부모의 기대 수준만큼은 아니었지만 7% 남짓한 정원 비중보다는 높았다. 조사에 응한 영어유치원 출신 100명 중 19명(외국어고 9명, 자사고 6명, 예술고 4명)이 특목고·자사고를 졸업했다고 답했다.

이 비중은 영어유치원 출신들의 향후 경로를 연구해온 학계의 결론과 유사하다. 한국교육종단연구 2013년 자료를 통해 교육불평등 경로를 연구한 변수용 미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육학·인구학·아시아학 교수는 “2013년 당시 초등학교 5학년생 중 영어유치원에 다닌 적이 있는 학생은 4년 후 약 15%가 특목고·자사고에 진학했다”고 밝혔다. 영어유치원 출신이 아닌 학생이 특목고·자사고에 진학한 비중은 약 5%였다.

학부모 100명 중 71명은 자녀가 향후 한국사회의 엘리트로 평가받길 원한다고 했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향후 의료인(33명), 과학 등 기타 전문직(32명), 법조인(12명)으로 활동하기를 희망했다. 학부모와 학원가는 ‘사립초-국제중-특목고·자사고-명문대’로 알려져 있던 한국사회 엘리트 코스의 출발점에 영어유치원이 있다고 했다. 이번 설문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9.8% 포인트다.

이슈&탐사팀 이경원 이택현 정진영 박장군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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