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 범죄집단 JMS,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국민일보

[여의춘추] 범죄집단 JMS,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송세영 편집국 부국장

입력 2023-03-07 04:08

사이비종교집단의 실체를 고발하는 넷플릭스의 K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 지난 3일 공개됐다. 1~3화에서 다룬 것은 JMS(기독교복음선교회) 교주 정명석의 범죄 행각이었다. JMS는 한국교회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반사회적 사이비종교집단이다. 다수의 여신도 성폭행과 해외 도주, 10년 징역 후 전자발찌 차고 복귀, 재구속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어 널리 알려졌다고 생각했지만, 영상으로 접한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정명석의 성범죄를 고발한 피해자들의 증언, 국경을 넘나들며 자행한 성범죄를 뒷받침하는 사진과 영상, 대법원에서 징역 10년이 확정된 범행 내용 등이 생생하게 담겼기 때문이다. 각각 홍콩과 호주에서 온 여성 메이플과 에이미는 실명과 얼굴을 모두 공개하고 가슴 아픈 성폭행 피해 경험을 증언했다.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하고 싶다는 바람에서 내린 결단이었다.

일부 내용이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상식을 초월한 정명석의 변태적 성범죄를 고발하기 위해선 불가피했다고 본다.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를 통해 우리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 불편한 이도 있겠지만, K콘텐츠 붐에 편승해 해외에서도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 K사이비의 실체를 알리는 것은 한국인으로서 선택이 아닌 의무다. 나아가 사이비종교집단에 의한 피해를 원천 차단하도록 범죄자들을 엄정하게 처벌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하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6일 대검찰청에서 이진동 대전지검장에게 정명석의 공판 진행 상황을 보고받고 “범행에 상응하는 엄정한 형벌이 선고돼 집행될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정명석은 메이플 등의 고발로 지난해 10월 재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성폭행 추가 고소 건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검찰총장이 의지를 밝힌 만큼 적어도 이들 사건에선 엄정한 수사와 공소 유지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정명석은 10년 징역형을 복역하고 나와 전자발찌를 찬 채로 똑같은 성범죄를 저질렀다. 심지어 대전교도소 수감 중에 20대 초반 여신도를 면회하면서 향후 성범죄의 씨앗까지 뿌려놨다. JMS 간부들은 성범죄로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교주의 변태성욕을 충족시킬 먹잇감을 국내외에서 유인해 세뇌한 뒤 이들의 노출 사진과 편지 등을 교주에게 보냈다. 수형자들을 교정·교화하는 교도소가 새로운 범죄의 공모 공간이 된 셈이다. 정명석과 JMS에 의해 유린당하고 조롱당한 대한민국 형사사법시스템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

이 사건의 본질은 정명석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 공모와 실행, 사후 은폐와 협박 등의 과정에서 조직적 범행 정황이 넘친다. JMS 구성원은 피해 여성들을 정명석에게 알선했고 성폭행을 당한 후 충격과 고통을 호소하면 무마하거나 협박했다. 피해자들이 고발에 나서면 사탄으로 지칭하고 음해하는 2차 가해까지 했다. 조직폭력배나 보이스피싱 조직과 다를 바 없는 행태다. JMS도 이들처럼 범죄단체로 규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n번방 주모자 조주빈도 형법 114조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돼 징역 42년의 철퇴가 내려질 수 있었다. 조직범죄의 특성상 피해자들은 보복이 두려워 고발을 주저한다. 특별수사본부를 만들어 국내외 범죄의 전모를 파헤치고 피해자를 전수조사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사건의 성격은 종교와 관련이 없다. JMS는 사이비종교집단이고 정명석은 그 교주다. 사이비종교집단을 놓고 종교의 자유나 자율성 침해를 운운하는 것은 사이비의사에게 진료권을 주겠다는 것과 같다. 사이비종교와 정상 종교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항변도 있다. 하지만 사이비종교의 기준은 애매하지도 복잡하지도 않다. 교리와 활동이 반사회적이면 사이비다. 살아있는 교주를 영생불사의 신으로 숭배하거나 시한부 종말론을 내세워 신도를 착취하는 게 반사회적인 교리의 대표적 사례다.

사이비든 아니든 표가 될 것 같으면 꼼짝 못 하는 정치권도 각성해야 한다.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학교폭력이나 조직폭력에 못지않은데도 정치인들은 사이비종교집단 앞에서 국민의 대변자라는 본분을 망각하곤 한다. 여야는 지금이라도 사이비종교집단의 해악을 없앨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사이비종교처벌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피해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송세영 편집국 부국장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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