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 스마트폰아 나 살려라

국민일보

[청사초롱] 스마트폰아 나 살려라

이학종 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입력 2023-03-08 04:02

고혈압 등 심뇌혈관 질환은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부담이 매우 큰 주요 사망 원인으로 꼽힌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1년 암을 제외한 주요 만성질환 중 사망률이 가장 높은 질환은 심장 질환으로, 인구 10만명당 61.5명이다. 뇌혈관 질환의 사망률 역시 높아 10만명당 44명에 이른다.

심뇌혈관 질환을 대표하는 뇌졸중, 심근경색 등은 우리 몸의 혈관에서 생긴 문제가 누적돼 일어난 결과물로, 단시간의 치료로는 결코 완쾌를 기대할 수 없다. 이렇듯 심뇌혈관 질환은 위험한 질환이다. 반면 혈관이 건강할 때 이를 꾸준히 관리한다면 10년, 20년 후 혈관에 의해 생길 수 있는 뇌졸중이나 심장 질환 혹은 만성 신장병 등으로 인한 재앙을 예방할 수 있다.

50대 중반에 접어든 고향 친구들이 가끔 안부 연락을 하면서 본인 혹은 가족들이 앓고 있는 질환에 대해 필자에게 물어보곤 한다. 그중에서도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 질환에서 비롯된 신장(콩팥) 문제를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24시간 노폐물을 걸러내는 신장도 혈압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혈관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가장 먼저 관리해야 할 것은 혈압이다. 높은 혈압은 혈관벽을 손상시켜 각종 심뇌혈관 질환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망막, 신장에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혈압 관리를 위해서는 체중 관리를 병행해야 한다. 체중이 적절하게 유지돼야만 혈압도 잘 관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혈압 직전이라면 약보다는 체중 관리를 먼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영사상가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며 계량화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바 있다. 그가 말한 계량화의 중요성은 건강 관리에도 적용할 수 있다. 특히 혈관을 건강하고 깨끗하게 지키는 데 있어 ‘측정’과 ‘관리’ 그리고 ‘개선’은 아주 중요한 키워드다.

최근 스마트폰 기술이 발전하고 관련 앱들이 개발되면서 자신의 몸 상태를 주기적으로 측정하고 관리하며 개선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등장하고 있다. 사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사물인터넷(IoT)이나 빅데이터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들이 가져온 혁신이, 우리 몸에도 피터 드러커가 이야기한 경영을 적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중에도 만성 질환의 관리와 스마트폰에 담긴 혁신적인 기술의 만남은 과거 의학에서는 경험하지도, 상상하지도 못했던 엄청난 시너지를 낼 것이다. 이런 혁신적인 기술을 활용해 만성 질환의 주요 합병증을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다면 개인의 건강 관리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혈압 관리는 어렵지 않다. 체중계와 자동 혈압계만 있으면 된다. 혈압은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난 후 1시간 이내, 약물 복용 전에, 화장실을 다녀오고 5분간 휴식을 취한 후 측정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저녁에는 잠자리에 들기 전 화장실에 다녀온 후 측정하는 것이 가장 좋다. 중요한 것은 혈압 측정을 습관화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앱을 활용하면 매일 혈압 수치를 기록하고 관리하는 데 편리하다. 고혈압의 위험이 있거나 대사증후군 등의 위험인자를 가진 분들은 매일 혈압을 체크하길 권한다.

또한 대부분의 스마트폰에는 만보계 기능이 있으니 매일 목표 걸음 수를 정하고 그 목표치를 달성하면 혈압 관리와 개선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 스마트폰의 다양한 앱들을 이용해 나의 건강 상태를 꾸준히 측정·관리하고 개선해 나가면 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스마트폰을 나의 건강 관리 매니저로 만들어 보자.

이학종 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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