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값이 이상하다… 미·일선 치솟고 한국선 추락

국민일보

계란값이 이상하다… 미·일선 치솟고 한국선 추락

美·日 등 조류독감에 ‘품귀 현상’
국내 산지 가격 ↓… 농가 죽을맛
공급량 낮추지만 물가 악영향 우려

입력 2023-03-15 00:02
사진=뉴시스

계란 가격이 이상하다. 미국, 일본, 대만 등에서는 조류독감이 유행하면서 계란 가격이 급등했다. 계란 가격이 다른 식품 물가에까지 영향을 주는 ‘에그플레이션’(egg+flation) 상황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산지 계란 가격이 폭락하며 양계농가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글로벌 추세와는 다른 양상이 빚어지는 것은 왜일까.

14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이날 산지에서 경매된 특란(60g 이상~68g 미만) 가격은 개당 144원으로 결정됐다. 최근 3개월 동안 최저가격을 기록했던 지난달 20일(개당 136원)보다는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1년 전 158원보다는 8.9% 떨어진 가격이다. 계란 한 개에 산지 가격 144원은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김동진 대한양계협회 국장은 “계란 한 개를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은 150원”이라며 “생산비도 못 버는 상황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에서 계란 가격이 오히려 예년보다 낮은 결정적인 이유는 두 가지다. 일단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등과 달리 조류독감 영향을 덜 받고 있다. 올해 들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조류독감 보고 건수는 60여건 정도다. 조류독감 발생에 따른 예방적 살처분 기준을 발생 장소 반경 3㎞ 이내에서 500m 이내로 완화한 것도 주효했다.

양계농가들이 공급량을 늘린 것도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정부가 조류독감과 고물가에 대비해 계란을 수입하면서 공급 과잉을 심화했다. 대한양계협회 등 관련 단체는 “계란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 명분 없는 수입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공급 부족을 막은 정도가 아니라 공급 과잉에 이르게 된 게 계란 산지 가격 폭락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수요 공급에 따른 가격 결정이므로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양계농가들이 생산비도 벌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는 점이다.

산란계 가격이 오르고, 사료 가격이 오르고, 난방비가 올랐다. 대한양계협회에 산란계 한 마리 가격은 지난해 1100~1200원 수준에서 최근 1500원대까지 뛰었다. 사료비도 상승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사료용 곡물가격이 급등하면서 양계농장에서 쓰는 사료 값도 급등했다. 난방비 또한 30% 이상 뛰었다. 제반 비용은 30~50%가량 올랐는데 가격은 폭락한 셈이다.

이렇다 보니 양계농가 일부는 환절기 양계장 관리에 비용을 들이지 않는 방법으로 공급량을 낮추고 있다. 이달 들어 산지 가격이 다소 반등한 것도 이런 요인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부 농가가 환절기 온도에 취약한 산란계를 살뜰하게 관리하는 대신 공급량을 줄이는 방법을 택하면서다.

하지만 이런 식의 공급량 관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양계농가가 공급량을 크게 줄이게 되면 계란값이 급등해 소비자 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계란 공급량을 예측해서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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