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올라가니 잠시 교만… ‘사랑의 징계’ 받고 재도약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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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올라가니 잠시 교만… ‘사랑의 징계’ 받고 재도약했죠

[영 쎄오 열전] <9> AI 빅데이터 분석 전문기업 다겸 서대호 대표

입력 2023-03-18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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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호 다겸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AI 빅데이터 분석에 대한 사업 영역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온라인 쇼핑몰에 들어가면 소비자를 위한 맞춤형 의류와 신발을 추천하고, 합리적인 구매가 가능하도록 평소 자주 구매하던 상품 카테고리의 할인 쿠폰이 발급된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온라인 미디어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면 좋아할 만한 장르의 콘텐츠가 알고리즘을 타고 눈앞에 나타난다. 일상 속 익숙한 장면이 된 이 같은 모습들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이 결합해 서비스로 구현된 것이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난 서대호(32) 다겸 대표는 AI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젊은 CEO로 꼽힌다.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상품을 AI가 실시간으로 추천해 고객들에게 쇼핑 편의를 제공하고 쇼핑몰의 매출을 증대시키는 마케팅 솔루션이 다겸의 주요 사업 모델이다.

그는 ‘AI’하면 인공지능보다 ‘조류 독감’이 먼저 떠오르던 시절부터 AI 빅데이터를 연구해온 전문가다. 2014년 구글이 인공지능 기업들을 막 인수하던 때였다. 서 대표는 “정보시스템학을 전공한 동기들이 대부분 졸업 직후 안정적인 연봉이 보장되는 대기업으로 취업했는데 더 고도화, 전문화된 기술을 연구하고 싶어 석사에 도전했다”고 회상했다. 산업공학을 선택한 석사 과정 동안에는 가장 고된 프로젝트로 정평이 난 ‘랩실(실험실)’에 자원했다. 이때부터 제대로 한 우물을 파기 시작했다.

“아침 6시에 집을 나서면 밤 12시에 돌아왔습니다. 하루 18시간을 활용해 연구에 집중하는 게 제 루틴이었어요. 이 루틴을 지속해서 유지하기 위해 일어나자마자 항상 헬스장에서 1시간 동안 운동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2년여를 보내고 나니 AI 빅데이터 분야에 눈이 좀 떠지더군요. 졸업할 때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으로 전 세계가 AI에 눈을 돌렸어요.”

학부 과정부터 박사 때까지 AI 빅데이터 분야 외길을 걸어온 젊은 전문가에게 러브콜이 쏟아졌다. 유수 기업들이 프로젝트를 제안했고 시장에서 서 대표의 가치는 급격하게 뛰어올랐다. 월수입은 수년 전 대기업에 입사했던 동기들의 연봉을 넘어섰다. AI 빅데이터 전문가들과 힘을 모아 2019년 다겸을 창업한 뒤에도 성공 가도를 이어갈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위기가 찾아왔다. 서 대표는 그 핵심에 ‘교만’이 있었다고 했다.

지난 10일 서울 금천구 다겸 본사에서 직원들이 자료 구조 관련 서적을 읽고 토론하는 모습. 다겸 제공

“돌아보면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 다녔고 미션스쿨을 졸업하고 막연하게 교회의 울타리에 있었지만 신앙이 견고하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힘들고 위기가 찾아올 때만 하나님을 찾는 크리스천이었죠. 사람의 노력과 열심으로 뭐든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세상이 칭찬하고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되니 나를 낮추고 하나님을 높이는 게 싫었습니다. 언젠가부터 말씀 묵상과 기도가 끊겼더군요.”

코로나19 강타, 기업 매출 급감, 예상치 못한 소송, 믿었던 직원들의 이탈, 건강 악화까지. 위기는 엎치고 덮쳤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헤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때 가까스로 붙든 성경 구절이 있었다. 히브리서 12장, ‘사랑의 징계’라는 깨달음을 주는 구절이다.

서 대표는 “신앙생활을 잘하면 복을 주시는 하나님으로만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하나님께서 징계하시는 게 우리를 거룩한 자로 세우시고 예수님의 성품을 닮아가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게 깨달아지는 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전 지구적 이슈인 챗GPT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그는 “지금 불고 있는 챗GPT 열풍은 수년 전부터 예견됐던 일”이라며 “앞으로는 현재 ‘전문직’이라 불리는 직군의 전문성이 현저하게 낮아지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전문성을 찾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오후 10시부터 오전 3시까지 논문 분석과 독서로 채우고 있다. 해외 논문을 분석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AI 알고리즘과 트렌드를 찾고 독서를 통해서는 기업의 방향성과 조직 문화를 설계한다. 다겸의 조직 문화에도 이 같은 흐름이 적용됐다. 매주 금요일 오후엔 전 직원이 모여 논문 분석, 독서 토론 시간을 갖는다.

크리스천 CEO들과의 소통 또한 중요한 원동력이다. 서 대표는 “수만 가지 변수가 쏟아지는 환경 속에서 기업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선 사랑으로 공동체를 보듬는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겪고 있는 기업의 역경이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크리스천 기업 모델링이 예비 청년 CEO들에게 필수”라고 조언했다.

‘2030 남들과 다르게 살아라’ ‘1년 안에 AI 빅데이터 전문가 되는 법’ 등 8권의 책을 출간한 저자이기도 한 서 대표의 다음 목표는 ‘모션 AI’라는 신성장 동력으로 시장을 확장하는 것이다.

“반도체는 공정 과정에서 미세한 오류에도 품질이 저하됩니다. 보통 불량률이 8% 정도인데 AI를 기반으로 카메라와 음향기기를 설치해 반도체 공정에서 미세 오류를 탐지하고 불량률을 낮추는 기술이 모션 AI입니다. 기술과 함께 사람도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공동체로 다겸을 이끌고 싶어요.”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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