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두꺼비는 두꺼비를 업고

국민일보

[살며 사랑하며] 두꺼비는 두꺼비를 업고

입력 2023-03-17 04:06

몇 해 전 이맘때였다. 산책로 초입에서 대여섯명이 뭔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두꺼비였다. 암컷 두꺼비가 수컷을 업고 돌을 기어오르고 있었다. 겨우 네 뼘 높이의 돌이었지만 두꺼비에게 그 돌은 낭떠러지나 다름없었다. 수컷을 업은 암컷은 신중하게 한 발씩 벼랑을 내디뎠다. 수컷 무게 때문에 암컷 두꺼비가 자꾸만 뒤로 넘어가려 했다. 구경하던 어른들은 혀를 찼고, 아이들은 신기해했다.

생태 연못으로 가는 길로 들어서자마자 나는 짧게 탄식했다. 그토록 많은 두꺼비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두꺼비 떼가 본능에 따라 위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배수로를 습지로 착각해 낳은 두꺼비 알도 보였다. 배수로는 폭이 좁았고, 시멘트로 쌓은 단은 높았다. 생태 연못까지 가는 길은 어림잡아 100m는 될 터이다. 고난의 행군이 따로 없었다. 두꺼비들은 필사적이었다. 다른 두꺼비가 접근하지 못하게 발길질하는 두꺼비부터, 다른 수컷을 제치고 암컷의 등에 올라가려는 수컷, 싸움판에서 밀려난 작은 두꺼비도 있었다.

두꺼비를 보느라 정신이 팔린 채 걸어가다 나는 소스라쳤다. 하마터면 두꺼비를 밟을 뻔했기 때문이다. 아찔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인도로 나와 죽은 두꺼비도 보였다. 지정된 탐방로 외에 샛길은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산란기 때 별도로 출입을 통제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스피커에서는 쉼 없이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고, 산책로는 두꺼비를 구경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서울 도심에서 두꺼비를 보게 돼 반가우면서도 마음이 무거웠다.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두꺼비의 생명력에 감탄해야 할까. 약육강식이 철저히 적용되는 자연의 원리에 한탄해야 할까. 두꺼비도 조용히 산란할 환경이 필요한데 사람들이 너무 많은 자연을 차지하며 사는 게 아닌가. 비가 오지 않아 배수로가 마르면 두꺼비 알은 어떻게 될까? 가벼이 나섰던 마음이 복잡하게 얽혀 서둘러 산에서 내려왔다.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