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8세에게 가장 고통 받은 왕비가 리드보컬 맡는다

국민일보

헨리 8세에게 가장 고통 받은 왕비가 리드보컬 맡는다

‘식스 더 뮤지컬’ 한국 초연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첫선
비영어권 공연은 한국이 처음

입력 2023-03-18 04:07
헨리 8세의 여섯 왕비 이야기를 다룬 ‘식스 더 뮤지컬’ 공연 모습. 아이엠컬처 제공

영국 역사에서 헨리 7세부터 엘리자베스 1세까지 이어지는 튜더(1485~1603) 왕조는 가장 드라마틱한 시기로 꼽힌다. 정치·경제·종교·문화적으로 비약적인 발전 또는 변화가 이뤄지며 오늘날 영국의 정체성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특히 헨리 8세는 해군 창설과 종교 개혁 등으로 영국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인 동시에 재위 기간 6번의 결혼을 거듭한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악명높다.

헨리 8세는 왕위 계승자였던 형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스페인과의 동맹 관계 때문에 형수인 아라곤 공주 캐서린과 결혼했다. 이후 캐서린의 시녀 출신으로 종교 개혁의 출발점이 된 앤 불린, 아들을 낳은 덕에 헨리 8세의 사랑을 받지만 산욕열로 죽는 제인 시모어, 아름답지 않은 외모 때문에 ‘왕의 여동생’이 된 클레베의 앤, 왕 몰래 바람피우다 걸린 캐서린 하워드 그리고 왕이 먼저 죽는 바람에 마지막 왕비가 된 캐서린 파까지 결혼을 반복했다. 이혼-참수-사망-이혼-참수-생존으로 정리되는 여섯 왕비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식스 더 뮤지컬’(이하 식스)이 지난 10일 서울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막을 올렸다.

‘식스’는 헨리 8세의 여섯 왕비가 등장해 가장 고통스러운 결혼 생활을 했는지 노래로 경연을 벌이는 콘서트 뮤지컬이다. 유럽의 대형 콘서트에서 사용되는 음향 장비들을 영국에서 직접 공수해온 덕분에 사운드가 풍성하다. 가장 불행했던 1명을 리드보컬로 결정하는 경연은 마치 걸그룹 오디션을 방불케 하는데, 연주를 담당하는 뮤지션 4명 역시 모두 여자다.

여섯 왕비는 시대를 풍미했던 팝 스타들을 모티프로 캐릭터화해 록, 팝, 힙합,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선사한다. 아라곤은 비욘세와 샤키라, 불린은 에이브릴 라빈과 릴레 알렌, 시모어는 아델과 시아, 클레페는 리한나와 래퍼 니키 미나즈, 하워드는 아리아나 그란데와 브리트니 스피어스, 파는 앨리샤 키스에서 영감받아 캐릭터화한 인물들이다. 여섯 왕비는 서로의 삶을 비교하며 불행 경쟁을 펼치다가 헨리 8세를 둘러싼 여섯 왕비 중 하나로 존재하는 것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진 주인공이라는 것을 깨닫고 연대한다.

‘식스’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동문으로 교내 뮤지컬 소사이어티에서 활동하던 토비 말로우와 루시 모스가 의기투합해 2017년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첫선을 보인 후 오프 웨스트엔드, UK 투어 끝에 2019년 런던 웨스트엔드에 정식 데뷔했으며 2020년 뉴욕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프리뷰 직후 코로나19 팬데믹 셧다운으로 공연이 중단됐다가 이듬해 9월 프리뷰를 시작으로 공연을 재개했다. 그리고 지난해 권위 있는 토니상에 작품상 등 8개 부문 후보로 올라 음악상과 의상상을 받았다.

레플리카로 공연되는 한국어 프로덕션 더블 출연진. 모두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대단한 가창력의 소유자들’이다. 아이엠컬처 제공

비영어권에서의 공연은 한국이 처음인 ‘식스 더 뮤지컬’은 오리지널 프로덕션이 26일까지 선보인 후 31일부터 6월 25일까지 한국어 프로덕션이 바통을 잇는다. 레플리카(원작 그대로 옮기는)로 공연되는 한국어 프로덕션 출연진은 모두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대단한 가창력의 소유자들’이다. 아라곤 역에는 손승연과 이아름솔, 불린은 김지우와 배수정, 시모어는 박혜나와 박가람, 클레페는 김지선과 최현선, 하워드는 김려원과 솔지, 파는 유주혜와 홍지희가 더블 캐스팅됐다. 뮤지션 역시 ‘식스’의 오리지널 투어 공연에서 연주했던 이정수 베이시스트를 비롯해 모두 여성 연주자들로 구성됐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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