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버린 사람들 “이단 안전지대는 없다”

국민일보

신을 버린 사람들 “이단 안전지대는 없다”

JMS·신천지·은혜로교회는 어떻게 포교했나
주요 간부 출신 탈퇴자들, 실상을 말하다

입력 2023-03-1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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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교주한테서 못 배운 티가 줄줄 흐르던데 속는 인간들은 뭘까….’ ‘피해자라고 하는 사람들 불쌍하지도 않다. 도대체 지능이 얼마나 낮으면 저런데 빠지나.’

이단·사이비 단체 관련 뉴스에 올라오는 단골 댓글이다. 절반은 사실이다. 교주들의 학력은 좋지 않은 편이다.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교주는 초졸이고, 이만희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교주도 초졸(중퇴)이다. 그러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에서 드러나듯 이단·사이비 단체 피해자 중엔 학벌이 좋은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 전문직 종사자도 있다.

‘나는 신이다’가 기름을 부은 탓일까. 이단·사이비를 둘러싼 대중의 관심과 분노가 뜨겁다. 그러나 분노가 경각심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사이비 종교 피해자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한 이단 전문가는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사태는 없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24년 전 이단·사이비에서 탈퇴한 이들의 사연을 들었다. JMS 신천지 은혜로교회(교주 신옥주)에서 간부로 활동했던 이들이다. 이들은 단순 탈교자가 아니다. 사이비 종교의 실체를 폭로하는 걸 넘어 피해자들의 삶을 복원하고 있다. 이들은 왜 입교했고 어떤 이유에서 탈교를 결심했을까. 엔데믹을 맞은 시점에서 다시금 활개 칠 이단·사이비에 빠지지 않을 대책은 무엇일까.

“제가 성경 공부하러 간 이유는”

1985년 JMS에 입교한 정이신 아나돗교회 목사는 1999년까지 JMS에서 활동했다. 한양대 재학 시절 군부 독재에 불만을 품었던 그는 사회 운동을 만류하는 교회에 싫증이 났다. JMS와의 인연은 선배 한 명에 의해 시작됐다. 입대를 앞둔 그에게 선배 한 명이 찾아와 JMS에서 사회과학을 정립하고 군대에 갈 것을 권했다. JMS에 가자마자 신비체험을 했던 그는 전역 이후에도 JMS를 찾았다. 탈교 직전까진 강도사로 일했다.

그러다 1999년 교주 정명석의 성 문제를 지적한 SBS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본 정 목사는 “이게 사실이냐”고 따져 물었다. 선배들은 사실이라고 했고 정명석도 자체적인 개혁을 지시했다. 그러나 개혁은커녕 정 목사와 함께 정명석을 몰아내려는 이들만 축출됐다.

신현욱 구리이단상담소장은 1986년 신천지에 입교해 2006년에 탈교했다. 아버지 같이 섬기던 개척교회 담임목사가 그를 신천지로 안내했다고 한다. 목사는 이미 신천지에 빠져 있었다. 입교 전 요한계시록을 더 잘 알고 싶었던 그는 서점에서 이만희가 쓴 ‘계시록의 진상’을 발견한다. 책을 보고 교회에 간 그는 “이만희를 아냐”고 담임목사에게 질문했다. 목사는 “사실 지금 이만희에게 성경을 배우고 있다”며 신 소장에게 당시 안양 신천지교회에 있던 이만희를 소개해줬다.

악연은 질겼다. 86년 전도사를 시작으로 89년 초대 청년회장, 90년 신학원 교육 강사, 92년 담임 교역자를 거친 그는 95년 이만희 바로 아래 권력자인 교육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천지의 허황한 교리를 20년 만에 깨닫고 신 소장은 탈교했다. “2006년이었다. 신천지에서 육체 영생의 근거로 제시하는 요한계시록 20장 4절을 영어 성경으로 보게 됐다. 신천지의 해석에 오류가 있음을 발견했다. 이후 신천지의 뿌리를 추적하고 확인했다. 신천지는 이만희가 이전에 몸담았던 사이비 집단의 교리를 모방하고 혼합한 종교였다. 이만희는 사기꾼에 불과했다.”

이윤재 은혜로교회피해자모임 대표는 고모의 권유로 신옥주의 설교 영상을 처음 접했다. 설교 시간이 비교적 짧은 기성 교회와 달리 3~4시간 동안 성경을 구체적으로 해석해주는 교주에 혹한 그는 2013년 입교를 결심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남태평양 피지에 자리를 잡은 은혜로교회의 부서는 크게 농림부 건축부 등으로 나뉜다. 이 대표는 1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피지에서 농림부 전체 업무를 담당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2018년 3월 은혜로교회와의 연을 끊었다. 은혜로교회의 노동 착취까진 버텨봤지만 교주에게 잘 보이고자 서로 고자질하는 신도들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다고 한다.

그들은 왜 안 떠날까

한편에서는 피해자들의 탈교가 더디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귀로 들어도 이상한 사이비 교주의 설교를 왜 계속 듣고 있느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영상 속 교주만 보고 내린 비판은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그들이 교주를 만나기까지의 전 과정을 헤아리지 않아서다.

신 소장은 “이만희의 설교부터 들었다면 신천지에 앉아 있지 않을 사람이 많다”며 “하지만 입교자들은 강사들에 의해 세뇌가 된 다음에야 이만희를 만난다. 미혹된 이후엔 이만희를 쳐다보기만 해도 은혜가 된다”고 했다.

이미 세뇌된 신도들에 의한 분위기는 맹신을 부추긴다. 이 대표는 교주의 교리에 점점 빠져든 경험을 소개했다. “설교 시간에 신옥주는 자신을 신격화했다. 수상했다. 그런데 옆에 있는 맹신자들이 분위기를 만든다. 그 중엔 대학교수도 있었다. 학식 있는 사람 여럿이 동조하니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라는 착각마저 밀려왔다.”

동료 신도들과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탈퇴는 더 어려워진다. 신뢰 관계가 형성되면 교주와 신도들에게 더 쉽게 휘둘릴 수 있어서다. 정 목사는 “예나 지금이나 JMS가 10대와 20대의 발길을 붙잡는 건 한국교회가 못 따라간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고생에게 학원 강사인 JMS 신도가 무료로 입시 과외를 해준 사례가 있다. 상경해서 월세방 사는 청년에게 ‘돈 내지 않아도 된다. 같이 살자’고 한 예도 있다”며 3년 전 사례를 설명했다. 신 소장 역시 “믿음 없이 신천지에 남아 있는 신도도 있다”며 “주변 인간관계가 단절돼 묶여 있는 경우가 대표적”이라고 했다.

정통 교리 교육 절실

“비신자들은 무방비 상태다. 교회에 다니면 교역자가 사이비 종교에 대한 경계심을 갖도록 하는데, 비신자는 정보를 얻을 기회가 거의 없다. 기독 언론 같은 경우도 비신자들의 접근율이 전무하다. 신천지에 미혹된 신자 가운데 70~80%는 비신자다.”

신 소장은 비신자들이 사이비 종교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단·사이비는 ‘소개팅 앱’ ‘유튜브’ ‘당근마켓’ ‘에브리타임’ ‘취미 모임’ 등 갖가지 전술로 피전도자의 일상을 파고든다.

신뢰를 주려고 교회나 선교단체, 교수 등을 사칭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피해자들은 포교자의 신분을 확인하려고 정보를 찾아봤다가 실제 이름을 확인하고 덜컥 사이비에 빠지기도 한다.

교회에 다닌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최근 구리이단상담소에는 코로나19 이후 반짝 늘었다 줄어든 신천지 피해 제보 전화가 다시 울리고 있다. 신천지 신도가 기성 교회로 잠입해 성도들을 빼가는 ‘추수꾼 전략’과 교회에 갈등을 조장해 목회자를 축출하고 교회를 포섭하는 ‘산 옮기기 전략’이 전형적인 피해 사례다.

신 소장은 “수박 겉핥기식 교육으로는 예방이 어렵다”며 “정답을 알아야 오답을 고를 수 있다. 삼위일체와 구원론, 종말론 등 개신교 핵심 교리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고 했다. 정통 교회들의 성경 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전문가들은 성도들이 성경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을 교회가 충분히 가르치고 답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단·사이비의 포교 절차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포교법이 아무리 현란해도 이후 과정을 염두에 두면 미혹되기 전에 연락을 끊을 수 있어서다.

진용식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장은 ‘성경 공부’에 동참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그는 “사이비 종교의 포교 목표는 성경 공부다. 세뇌를 시키려면 성경 공부부터 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사이비 종교가 주관한 모임에 모르고 참여했더라도 성경 공부를 권할 땐 관계를 단칼에 끊어야 한다. 아무리 믿을 만한 사람이 제안했더라도 교회 밖 성경 공부는 절대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현성 인턴기자,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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