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 69시간’ 보완 착수한 정부, 노동계 우려에 귀 기울여야

국민일보

[사설] ‘주 69시간’ 보완 착수한 정부, 노동계 우려에 귀 기울여야

입력 2023-03-17 04:03

고용노동부가 지난 6일 입법예고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에 대한 보완에 본격 착수했다. 우군이라 생각해 온 MZ노조마저 ‘1주 최대 69시간’으로 늘리는 개편안에 반대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보완 검토를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윤 대통령은 16일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근로시간에 상한 캡을 씌우라고 구체적 내용까지 지시했다. 이에 따라 고용부의 보완은 최대 근로시간을 주 60시간 이내로 조정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시간 개편은 노사의 이해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사안인데 정교한 준비 과정 없이 밀어붙였다가 사달이 났다는 지적을 피할수 없게 됐다. 정부는 빨리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조급함에서 벗어나 이제부터라도 필요한 과정들을 차근차근 밟아 진일보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연장근로를 포함해 최대 주 52시간인 현행 근로시간제를 유연화하자는 취지는 일리가 있다. 업무량이 몰리는 특정 기간에는 연장근로를 더 하고 대신 여유 있는 기간에 더 쉬는 게 기업 운영에 합리적이다. 문제는 근로시간은 늘어나지만 보상은 제대로 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노동계에 팽배하다는 점이다. 연장근로는 노사가 서면 합의해야 가능하도록 했지만 노조가 없는 대다수 중소·영세 사업장은 원치 않는 연장근로에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 현재도 평균 근로시간이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많은 편이고 연장근로가 주 12시간까지 허용되는데, 한도를 더 늘리면 장시간·과로 노동이 더 고착화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MZ노조 측이 법정근로시간이 주 40시간이란 점을 강조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였을 것이다.

노동계의 불신과 우려를 해소하려면 정부는 연장근로 선택권과 합당한 보상이 이뤄지고 ‘공짜 야근’을 방지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장치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근로시간 개편은 법 개정 사안이라 정부가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데만 방점을 둬서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 노사의 이해를 조정하고 끈기 있게 양측을 설득하는 중재자의 자세로 접근해야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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