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리 감독 “‘사회적 비극, 그 거리감의 정체는 뭘까’ 생각했다”

국민일보

정주리 감독 “‘사회적 비극, 그 거리감의 정체는 뭘까’ 생각했다”

‘다음 소희’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
최초로 폐막작으로 선정
‘우리가 함께 있다’ 느낌 가졌으면

입력 2023-03-17 04:04
정주리(오른쪽) 감독이 영화 ‘다음 소희’ 촬영 현장에서 배우 배두나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영화는 지난해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에 한국 영화 최초로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

정주리 감독은 2014년 첫 장편영화 ‘도희야’로 제23회 부일영화상, 제25회 스톡홀롬국제영화제, 제2회 들꽃영화상, 제51회 백상예술대상 등에서 상을 휩쓸었다. 그리고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는 쾌거를 이뤘다.

8년 전 그를 알아본 영화계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정 감독은 두 번째 작품으로 증명해냈다. 영화 ‘다음 소희’는 지난해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에 한국 영화 최초로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두 작품이 연달아 칸을 사로잡은 것이다.

지난달 2일 영화의 국내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만난 정 감독은 “첫 작품을 선정해준 것도 과분했다. 칸 영화제 측에서 나를 기억해 준 것 같다”며 “출품한 편집본은 후반 작업이 돼 있지 않은 미완성 상태였다. 완성된 작품이 어떤 모습일 거라고 영화제에서 예상해주지 않았나 싶다”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영화는 지난 2017년 전주에서 대기업 콜센터에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특목고 학생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칸에서 최초 상영이 끝나고 에스파스 미라마르 극장 객석에선 7분 간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

그는 “해외 관객들이 영화의 내용에 깊이 공감해줄 거란 기대는 전혀 못 했다. 너무나 한국적인 상황이고 나도 잘 몰랐던 사건이기에 객석의 반응에 깜짝 놀랐다”며 “젊은 친구들이 삶에서 느끼는 압박, 사회 구조적인 문제, 혼자만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들에 이입을 한 게 아닌가 싶었다. 영화라는 텍스트에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본인들의 이야기로 해석한 것 같다”고 겸허한 말투로 말했다.

정 감독은 왜 이 영화를 만들게 됐을까. 그는 “소희의 죽음 전에도 비슷한 죽음이 있었고, 그 이후에도 비슷한 죽음이 있었다.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했지만 제대로 애도되거나 책임있는 사람들이 반성하지 않아 느껴지는 비참함이 있었다”면서 “‘왜 그 일들이 나와는 먼 얘기라고 생각했을까. 그 거리감의 정체는 뭘까’ 생각했다. 연출자로서 ‘소희‘의 부모들에게 감히 연민이나 동정의 말을 꺼낼 수 없었고, 위로를 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전작 ‘도희야’에서 정 감독은 아동학대 문제를 다뤘다. 이번엔 실업계 학생들이 학교에서도, 현장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줬다. 쉽지 않은 주제인만큼 투자사를 찾고 설득하는 일은 녹록지 않았고, 세상의 빛을 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주제를 가지고 타협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정 감독은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다른 작품도 제안 받았지만 끝내 도장을 찍지 못했다”면서 “너무 오래 고민해서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나면 거기서 타협하고 바뀔 여지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그가 바라는 것은 뭘까. 정 감독은 “최대한 사실적으로, 담담하게 풀어가려 했다”며 “관객들도 끝까지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인물들의 심리를 짐작하길 바랐다. 소희처럼 혼자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극장에서 관람하면서 ‘우리가 다 함께 있다’는 느낌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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