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민의 사이언스&테크놀로지] 드론택시로 서울~인천 10여분 만에… 기술은 벌써 실용화 단계

국민일보

[전승민의 사이언스&테크놀로지] 드론택시로 서울~인천 10여분 만에… 기술은 벌써 실용화 단계

입력 2023-03-20 04:04

전기자동차가 더 뛰어날까, 내연기관 자동차가 더 뛰어날까. 현재로서는 장단점이 있다. 최고 속도, 가속 성능, 정비 편의성 등 많은 면에서 전기차는 이미 내연기관차를 넘어섰다. 문제는 운행거리와 충전시간이다. 전기차 운행거리는 길어도 500㎞가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거리를 가기 위해 최소 수십분, 길면 하루 이상을 충전해야 한다. 5분 남짓한 시간 동안 연료를 채우면 1000㎞ 가까이 달릴 수 있는 내연기관차와 비교하면 편의성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앞으로는 전기차의 시대’라고 공공연히 이야기한다.

그 이유는 지금은 기술이 부족해도 앞으로는 점차 발전할 거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즉 미래를 생각할 때 현재의 기술 상황보다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을 지속해 개발할 당위성이다. 자동차를 ‘전동화’할 때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당연히 환경친화적이라는 데 있다. 내연기관 시스템이 내놓는 환경오염 물질은 이제 우리가 하루속히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됐다.

전기비행기가 실용화되지 못한 이유

그런데 이 같은 전동화의 흐름이 비단 자동차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엔 하늘을 나는 비행기도 이 대세를 따르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전기비행기를 만드는 것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엔진 대신 모터를 넣고, 연료탱크 대신 배터리를 넣으면 된다. 다만 비행기의 경우 운행거리 문제가 한층 더 큰 숙제로 다가온다. 자동차야 연료가 떨어지면 그 자리에 멈추면 되지만 비행기는 하늘에서 추락한다.

기존 비행기는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고 일단 이륙하는 데 성공만 하면 멀리 날아갈수록 무게도 가벼워져 효율이 점점 높아진다. 반대로 전기비행기는 배터리에 가득 충전하고 하늘로 날아올라야 하는데, 배터리란 물건은 착륙하는 그 순간까지 무게가 줄어들지 않는다. 더구나 먼 거리를 날아가려면 배터리도 큰 것을 넣어야 하니 장거리를 날아가야 할 비행기를 하늘에 띄우려고 할수록 효율은 급격하게 떨어진다.

하지만 고효율 모터, 고효율 배터리, 하늘에서 즉시 전기를 생산하는 친환경 발전시스템 등이 빠르게 개발되면서 미래에는 비행기도 전동화를 피할 수 없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사실 비행기의 경우 자동차보다 유리한 면도 있는데 충전에 대한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개개인이 필요에 따라 수시로 충전을 해야 하므로 관련 인프라가 사회적으로 확충돼야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비행기는 공항과 공항을 오고 간다. 일단 착륙만 하면 모든 준비 과정을 공항에서 마칠 수 있다.

단거리 시스템은 ‘배터리’가 대세

최초의 전기항공기로 알려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X-57 맥스웰(왼쪽)과 시험 비행중인 배터리 기반 순수 전기 동력 여객기 ‘앨리스’. 사진=미국항공우주국, 에비에이션 에어크래프트

가장 빨리 실용화될 전기비행기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드론 택시’를 뜻한다. 많아도 7~8명 정도까지만 탑승하는 소형 항공기다. 기술 면에서는 이미 실용화 단계로 각국에서 제도 및 운항시스템 점검이 한창이다. 십수년 정도면 대중화 서비스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도 현대자동차, 한화, SK텔레콤 등의 기업이 달려들어 시범 사업을 적극 벌이고 있다. 서울 시내 빌딩 옥상에서 항공기를 타고 십여분 만에 인천공항까지 날아가는 소형 전기 항공 서비스다.

이를 넘어서 국내선 단거리 운항 항공기를 전동화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노르웨이는 2040년까지 1시간30분 이내 단거리 항공편 전부를 전기비행기로 전환하기로 했다. 스칸디나비아반도 주요 항공사인 위데뢰에는 지역 단위 도시 출퇴근용 전기비행기의 2026년 유료 상용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여기에 맞게 기술 개발을 시도하는 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다. 영국 기업 롤스로이스는 2021년 11월 전기비행기를 이용해 시속 555.9㎞를 달성하고, 이륙 202초 만에 3000m 상공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과거보다 두 배 이상 빨라진 속도다. 당장 실용화와는 거리가 있을 것으로 보이나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이 같은 단거리 위주 전기비행기 개발에 뛰어든 기업은 적지 않다. 미국 기업 에어플로우는 단거리 화물과 여객용 비행기를 제작하고 있으며, 또 다른 미국 기업 베타 테크놀로지스도 수직 이착륙 화물운송 전기비행기를 곧 선보일 예정이다. 스웨덴 기업 하트 에어로스페이스는 400㎞ 거리를 날 수 있는 19인승 전기비행기를 개발하고 있다. 30~40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운항하는 형태다. 미국 뉴욕의 라이트 일렉트릭도 승객 100명을 싣고 1시간을 비행할 수 있는 여객기를 2026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전기비행기 약점, ‘연료전지’로 넘는다

전기비행기의 최대 약점인 운항거리를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단거리 노선 항공기를 위해 차세대 배터리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비행기의 경우 지상에서 충분한 점검시간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자동차와 달리 빠른 충전속도보다 높은 충전용량이 중요해진다. 초고속 충전이 장점인 알루미늄 계열 배터리보다 초고용량 충전이 장점인 리튬황 배터리, 리튬공기 배터리 등이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장거리 항공기는 다른 해법이 필요하다. 배터리라는 태생적 한계는 지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환경오염 문제없이 이 숙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는 것이 수소연료전지다. 즉 비행기에 수소를 싣고 다니면서 비행기 내부에서 즉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무공해 발전기를 비행기 내부에 가지고 다니는 셈이다. 수소는 대단히 가볍다. 같은 효율의 디젤연료에 비해 무게가 3배 가까이 줄어든다. 지금보다 훨씬 먼 거리를 날아가면서도 공해는 거의 배출하지 않는 항공기 개발이 가능해진다는 이야기다. 운항거리가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비행기를 두세 번씩 갈아타야 했던 먼 나라들, 예를 들어 브라질 등의 지구 반대편 국가까지 한 번에 날아갈 수 있는 항공기 노선의 보편화가 기대된다.

수소연료전지 항공기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대표적인 곳은 미국의 유니버설 하이드로진이 꼽힌다. 기존 대형 비행기의 동력시스템을 수소연료전지 및 전기모터로 변경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밖에 영국의 제로애비아도 올해 초 19인승 시제기를 하늘에 띄우는 데 성공했다.

시대는 내연기관 종말을 요구하고 있다. 비행기 역시 마찬가지다. 수십년 이내에 거의 모든 자동차가 전기로 움직이게 될 거라는 데 이견을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비행기라고 하면 누구나 ‘무공해 전기비행기’를 떠올리는 세상도 결국 현실이 되지 않을까.

과학저술가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