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무현 수사 책임자였던 이인규 회고록 부적절하다

국민일보

[사설] 노무현 수사 책임자였던 이인규 회고록 부적절하다

검사가 수사 내용을 14년 뒤 폭로
사실 여부 검증 안 된 일방 주장
지금 시점에서 출간한 의도 뭔가

입력 2023-03-20 04:03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관련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의 회고록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가 진열돼있다. 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책임자였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이 최근 출간한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 전 부장은 ‘사실보다 위대한 진실은 없다’며 회고록 출간의 정당성을 강변하고 있지만 당시 수사 책임자로서 피의자 조사 내용을 이런 식으로 까발린 것은 대단히 잘못된 처사다.

이 전 부장은 책에서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아들의 사업 명목 혹은 회갑 선물로 받은 금품 등에 대해 상세히 기술했다. “(뇌물수수) 사실에는 다툼의 여지가 없다”라고 단정적인 표현을 쓰기도 했다. 특히 “이 부장! 시계는 뺍시다, 쪽팔리잖아” 등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공개했고,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에 당시 변호인인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고 했다. 의도했는지는 모르나 두 전직 대통령을 깎아내리려는 흔적이 다분해 보인다. 무엇보다 피의자 사망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돼 법정에서 판단을 거치지도 않은 사안을 당시 수사 책임자가 기정사실인 양 법정 밖에서 폭로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노무현재단은 노 전 대통령이 박 전 회장에게서 고급시계와 140만 달러를 수수했다는 주장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에 전혀 몰랐으며 일체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책의 출간이 공무상비밀누설 혹은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 고발로 이어질 여지가 적지 않다. 야당은 “정치검사가 낯부끄러운 줄 모른다”고 강력 비판했고 여론은 진영에 따라 “사실은 밝혀져야 한다” “치졸한 망신주기이자 고인과 유족에 대한 2차 가해” 식으로 갈라졌다. 법정에서 입증되지 않은 일방 주장의 후폭풍은 거세다.

노 전 대통령의 비극 이후 진보와 보수 정권이 차례로 등장했지만 사회적 갈등과 혐오는 더 커지고 있다. 지금은 진영 논리가 극에 달한 데다 경제난의 탈출구가 보이지 않아 대한민국호의 앞날을 불안하게 할 정도다. 이런 가운데 뜬금없이 나온 검사 출신의 책이 다시 나라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14년간 침묵으로 일관하던 그가 검사 출신 대통령 정권의 출범에 맞춰 책을 펴낸 것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말도 나온다. 회고록 출간으로 유족들 고통은 헤아릴 길이 없을 게다. 향후 법적 문제 등에 관한 책임은 오롯이 본인이 감수해야 한다.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