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동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민일보

[기고] 아동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며

박정순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본부장

입력 2023-03-21 04:06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2’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6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27위를 기록했다. 심각한 문제는 우리나라 아동·청소년 사망 원인 1위인 자살인데 2015년 이후 이들의 자살률이 계속 증가한다는 것이다. 1989년 제정된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전 세계 모든 아동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보장받아야 할 권리와 국가·사회가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1991년 이를 비준했다. 그럼에도 왜 우리나라 아동·청소년 자살은 늘어만 가고 삶의 만족도는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유엔아동권리협약 비준 당사국으로서 협약에 인정된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모든 입법적·행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아동 관련 현행법은 그 내용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기존 아동정책이 아동보호를 중심으로 하고 있어 아동을 적극적인 권리 주체가 아닌 수동적 주체로 간주해 왔기 때문이다. 아동복지법의 경우에도 여러 차례 개정이 이뤄졌지만 아동복지 책임자에 대한 의무 부과와 아동보호 서비스 위주의 내용으로 구성돼 한계가 있다. 정부는 2020년 ‘제2차 아동정책 기본계획’에서 아동의 행복한 삶을 위한 아동기본법 제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이를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아동기본법이 모든 아동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증진시키고 아동 행복을 보장하기 위해선 몇 가지 과제가 필요하다.

아동기본법의 주인은 아동이다. 지금 우리나라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바람과 소망이 있는지 이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 지난 18일 굿네이버스와 한국아동단체협의회 등이 주최한 ‘아동이 제안하는 아동기본법, 100인의 원탁회의’가 열렸다. 전국 아동 100명이 한자리에 모여 아동기본법에 대해 토론하고 법안을 만들어 발표했다. 법의 주인공인 아동의 의견을 직접 듣고자 하는 취지다. 정부는 이런 민간단체의 노력을 이어받아 아동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장을 마련하고, 이를 적극 청취하고 적용하기를 바란다.

아동기본법은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완전 이행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협약에서 규정하는 모든 아동권리를 아동기본법에 포함하는 것은 물론 디지털 환경, 기후위기 내에서의 아동권리 보장 등 현안까지 담아야 한다. 아동기본법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 국가와 지자체 책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법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실행 체계와 이행 방안을 자세히 다뤄야 한다. 관련 예산 계획과 구제 방안 등도 최대한 제시해야 할 것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조에서 국가는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 아동 최상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는 아동이 살기 좋은 세상인지, 아동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아동기본법이 하루빨리 발의되고 통과되기를 기대한다.

박정순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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