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행복 지수(Happiness Index)

국민일보

[한마당] 행복 지수(Happiness Index)

전석운 논설위원

입력 2023-03-22 04:10

주관적이거나 심리적인 영역으로 여겼던 행복의 측정을 계량화하고 이를 국가 발전의 한 척도로 삼아야 한다는 아이디어는 히말라야의 작고 가난한 나라 부탄에서 비롯됐다. 유엔은 부탄의 행복국가론을 발전시켜 10년 전부터 전 세계 국가들의 행복 지수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부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000달러 수준으로 전 세계에서 최하위권이고 평균적인 교육 수준도 매우 낮다. 그런데 이 나라 국민들의 행복 지수는 한때 세계 1위였다. 현 국왕 지그메 케사르 남기엘 왕축이 집권한 1974년부터 국민들의 행복을 경제 성장보다 더 중시하는 행복 정치를 통치 철학으로 내세운 것이 주 요인이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1987년 왕축의 행복국가론을 소개하면서 캐나다와 브라질 등 여러 나라가 부탄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왕축은 “부탄 국민들의 1인당 소득이 향상된다고 해서 행복이 그만큼 더 커진다고 보장할 수 없다”며 “국가총생산보다 국가총행복(GNH)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990년대 들어 경제 위기가 세계 여러 나라로 도미노처럼 확산되자 물질적 풍요 수준에 상관없이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부탄의 개발 철학이 대안으로 부상했다. 2013년 유엔은 ‘한 국가의 성공을 판단하는 잣대가 그 나라 국민의 행복이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한 날을 기념해 3월 20일을 ‘세계 행복의 날’로 지정했다.

올해 유엔 보고서에서 한국의 행복 지수는 5.951점(10점 만점)으로 조사 대상 137개국 중 57위에 랭크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국가는 그리스(58위), 콜롬비아(72위), 튀르키예(106위) 세 나라뿐이었다. 핀란드가 6년 연속 전 세계 1위를 차지했고 덴마크, 아이슬란드, 네덜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이었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25위), 대만(27위), 사우디아라비아(30위), 일본(47위), 말레이시아(55위)가 한국보다 순위가 높았다. 중국은 64위에 그쳤고, 북한은 조사 대상국에 없었다.

전석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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