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春香에 그토록 붉은 사랑이 꽃핀다

국민일보

노란 春香에 그토록 붉은 사랑이 꽃핀다

꽃 대궐 펼친 ‘영원불변 사랑의 1번지’ 전북 남원

입력 2023-03-22 20:45
전북 남원시 주천면 용궁마을 산수유 군락지를 찾은 연인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노란 산수유꽃을 스마트폰에 담고 있다.

꽃과 함께 봄의 유혹이 시작됐다. 동시에 사랑도 찾아든다. 전북 남원은 ‘사랑의 1번지’를 내세운다. 춘향전·만복사저포기·변강쇠 등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 여럿이다. 봄에 ‘사랑의 도시’를 찾아가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영원불변의 사랑’이란 꽃말을 지닌 산수유가 노란 세상을 펼쳐놓기 때문이다. 남원 곳곳에서 봄의 향기 ‘춘향(春香)’과 함께 꽃 대궐을 이룬다.

남원에서 봄소식의 전령사 산수유를 만나는 곳은 주천면 용궁마을이다. 해발 1050m의 지리산 영재봉 기슭에 자리한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산수유꽃이 피는 봄이면 바닷속 용궁처럼 아름답다고 해 붙여졌다고 한다.

용궁 산수유는 신라 진성여왕 때부터 심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50년 이상 수령을 자랑하는 산수유 1만여 그루가 화려한 봄을 수놓고 있다. 100년 이상 된 산수유도 수두룩하다. 용궁 산수유는 꽃이 크고 빛깔이 진한 것이 특징이다. 산수유가 덮은 돌담길을 연인이 함께 걸으면 사랑이 절로 이뤄진다는 얘기가 있다.

때맞춰 오는 25일 용궁마을에서 ‘제12회 지리산 산수유 축제’가 개최된다. 산수유축제는 원천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주천농악단의 풍물놀이, 기념식, 경로잔치, 참여행사 및 부대행사로 진행한다.

용궁마을 인근에 정자 육모정과 춘향묘가 있다. 육모정은 용소 앞 널따란 바위 위에 올라선 6각형 모양의 정자다. 1572년 남원도호부 관내에서 만들어져 현재까지 유지·계승되고 있는 원동(源洞)향약 관련 유적으로, 향약 계원들이 모임을 하던 곳이다. 원래 육모정은 바위 위에 있었지만 큰비로 유실되면서 현 위치에 복원됐다.

육모정 바로 앞 산기슭에는 춘향전에 나오는 성춘향의 묘가 있다. 1962년 춘향묘 근처에서 ‘성옥녀지묘’라고 새겨진 지석이 발견돼 1995년 이곳에 가묘인 춘향묘를 조성했다고 한다. ‘만고열녀성춘향지묘’라고 쓰인 비석과 함께 꽤 큰 봉분을 갖추고 있다.

춘향과 몽룡의 사랑 이야기는 광한루원(명승 제33호)에 깃들어 있다. 광한루원은 은하수를 상징하는 호수, 천상으로 인도하는 오작교, 삼신산의 방장정과 영주각, 우리나라 누각 중 으뜸으로 꼽히는 광한루(보물 제281호), 달나라 풍경을 감상하기 위한 완월정 등으로 조성돼 있다. 조선 전기 궁궐에서 완성된 조경문화가 민간으로 확산되는 과정의 산물은 물론, 천체와 우주를 상징하는 요소들로 가득 찬 독특한 누원이라 조경적으로도 특별하다.

화려한 야간 조명이 아름다운 광한루와 오작교.

조선 세종 원년(1419년)에 정승 황희가 건립한 누각 ‘광통루’가 원조다. 이후 1444년 전라도 관찰사로 부임한 정인지가 달의 여신 항아가 산다는 월궁(月宮) ‘광한청허부’(廣寒淸虛府)에 빗대 광한루라 불렀다.

광한루원의 밤 풍경은 낮 풍경과 또 다르다. 오랜 세월을 품은 뿌리 깊은 나무들과 돌다리, 고색창연한 건물들이 은은한 경관조명 아래 어우러져 낭만적이다. 작고 아름다운 연못은 이런 풍경들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로맨틱한 감성이 가득하다.

광한루원을 나와 승월교를 건너면 남원관광단지다. 춘향테마파크와 남원랜드 등 놀이시설이 들어서 있다. 최근 ‘남원에어레일’ ‘어사와이어’ 등의 시설도 선보였다. 남원에어레일은 길이 약 3㎞의 모노레일이다. 11m 남짓한 높이의 공중 레일을 따라 남원관광단지 입구 주차장에서 김병종미술관 인근 어사와이어까지 오간다. 어사와이어는 두 가지 코스로 구성된 집라인이다. 현재는 높이 78m의 춘향타워에서 출발해 요천을 가로질러 광한루원 인근까지 910m를 쏜살같이 이동한다. 가까운 전망대에서 남원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해가 질 때 풍경이나 야경이 멋지다.

구 서도역에서 다양한 포즈로 추억을 남기는 연인.

요즘 젊은 연인, 가족들이 많이 찾는 곳은 사매면 ‘구 서도역’이다. 2002년 고속철도 개통에 따라 전라선이 옮겨가면서 폐역이 된 옛 서도역은 마치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하듯 아련한 정경을 펼쳐놓는다.

목조건물에 일본식 기와를 얹은 역사(驛舍)는 1932년 모습 그대로다. 기성세대에겐 과거의 향수를, 젊은 세대들에게는 색다른 풍경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감성충전소’다.

메타세쿼이아 나무 터널 아래 철로에서 연인들이 다양한 포즈의 사진을 찍는다. 서도역에서 기적 소리는 사라졌지만 그 여백을 사랑이 채운다.

여행메모
5월 25~29일 화려한 빛의 ‘춘향제’
코스별 ‘관광택시’ 알찬 남원 여행

해질녘 춘향테마파크 전망대에서 본 남원 시내.

광한루원은 오전 8시에 문을 연다. 낮 시간대 주차료는 승용차 기준 2000원, 입장료는 어른 기준 3000원이다.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야간개장한다. 4월부터 1시간 연장된다. 밤엔 주차장과 입장이 무료다. '제93회 춘향제'가 오는 5월 25일부터 29일까지 '축제 빛으로 물들다'를 주제로 펼쳐진다.

춘향타워는 밤이 되면 화려한 조명에 따라 색색이 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조명은 해 질 무렵부터 오후 11시까지 운영된다. 김병종미술관은 지난 21일부터 '김병종 40년, 붓은 잠들지 않는다'의 제3부 전시 '숲에서'를 개막했다. 크기 10m인 김병종 화백의 대표작 '숲은 잠들지 않는다'를 포함해 '숲에서'의 연작 26점을 만날 수 있다.

남원에서 특별한 숙박을 하고 싶다면 광한루원 바로 옆 남원예촌이 좋다. 대한민국 대표 한옥 명장들이 전통 기법과 천연 재료를 활용해 직접 시공한 문화재급 한옥스테이다. 알차게 남원을 여행하려면 '관광택시'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4시간, 6시간, 9시간 코스로 구분되며 각각 5만원, 7만원, 10만원이다.



남원=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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