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이 셋 병역 면제’를 저출산 대책이라고 검토한 여당

국민일보

[사설] ‘아이 셋 병역 면제’를 저출산 대책이라고 검토한 여당

입력 2023-03-24 04:03
게티이미지

‘20대에 아이 셋을 낳은 아빠의 병역을 면제한다.’ 딱 봐도 현실성 없는 이 대책은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나왔다.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은 이를 전면 철회했지만 국가 중대사인 저출산 문제에 대한 여당의 인식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게 개탄스럽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아이 셋 병역 면제를 포함한 저출산 대책을 마련해 최근 대통령실에 전달한 걸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과감한 저출산 대책을 만들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다음 주 열리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 앞서 대통령실이 당 정책위의 의견을 수렴하는 차원이었다. 그러나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우선 우리나라에서 20대에 아이 셋을 낳는 가정은 극히 드물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이 33.7세, 여성이 31.3세다. 1년 전에 비해 각각 0.4세, 0.2세 높아졌다. 경제력을 갖출 때까지 결혼을 미루는 게 주된 원인이다. 대부분 결혼을 30살이 넘어야 하는데 20대에 아이 셋을 낳으면 군 면제를 해준다니 재벌가 아들이나 손자 정도는 돼야 가능한 이야기다. ‘부잣집 도련님 군 면제 프로젝트’라는 조롱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아이는 여성이 낳는데 여성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게 아니라 왜 남성의 병역을 면제하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임신·출산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 승진 불이익, 임금 격차 문제부터 해결할 일이다.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현실적이고 설익은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여당은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애초에 이런 안이 검토됐다는 것이 놀랍다. 우리나라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경제활동인구 감소로 인구 소멸에 이를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다.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긴 하지만 국민이 원하는 건 탁상행정에서 나온 이런 엉터리 대책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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