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5세로 늘려야” 국민연금 공포, 해법엔 일치

국민일보

“정년 65세로 늘려야” 국민연금 공포, 해법엔 일치

[연금 양극화 또다른 불평등] ⑤ 전문가들 제시 국민연금 해법

입력 2023-03-24 00:03

한국은 1988년 국민연금 제도를 도입했다. 보험료율은 소득의 9%로 1998년 이후 20여년간 유지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연금 고갈 우려가 커지면서 국회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개혁 작업에 돌입했지만 여야 의견 차이로 진척이 없다시피 하다. 세대를 불문하고 낸 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연금 공포가 현실화하는 형국이다.

국민일보는 연금 전문가 10인에게 해법을 구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고, 수급개시 연령을 늦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후 보험료율을 올리면서 노동을 포함한 사회 전 분야에 대한 뼈를 깎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하고, 퇴직연금은 수익률을 개선해 노후 보장 수단으로 키워야 한다는 등의 제언이 덧붙었다. 기초연금은 저소득층 맞춤 연금으로 개편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정원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23일 “국민연금 도입 당시인 88년에는 기대수명이 70세였지만 최근에는 80세가 넘고, 65세 이상 연령층도 건강하고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많다”며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정년 상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법적 정년인 60세를 65세까지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연금 보험료를 낼 여력이 있어도 60세로 맞춰진 연령 상한제 탓에 납부할 수 없었다. 정년이 늦춰지면 65세까지 보험료를 내고 그만큼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정년 연장은 노동 시장 개혁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기업 근로자는 보통 50대 초반에도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임금 체계를 손보는 등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도헌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도 “정년이 늘어나면 사람들이 더 일할 수 있고 연금소득 공백도 줄지만 오히려 청년 고용이 위축될 수도 있다”며 “재취업 교육을 늘려 고령층 고용을 촉진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급 개시 연령 상향에도 공감대를 이뤘다. 올해 63세인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2028년 64세, 2033년 65세로 늦춰진다. 이를 향후 66세나 67세까지 더 미루는 방법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금 재정 확충을 위해 수급개시 연령을 더 늦추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다만 고령자의 고용률이나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는 문제와 수급개시 연령 조정을 동시에 진행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더 오래 내고 더 늦게 받는 것과 동시에 보험료율 자체를 높이는 것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처럼 연금 부담 능력이 남아 있는 인구가 존재하는 지금 보험료율을 조금 더 빠르게 많이 올려야 한다”며 “그래야 청년들이 향후 노령인구에 진입했을 때 부담하는 액수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강구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도 “보험료율은 단계적으로 15%까지 올리고 나중에는 18%까지도 상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고소득층이 연금 보험료를 더 많이 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납입금 월 소득 상한이 550만원에 그쳐 수억원을 버는 고소득자도 저소득자와 똑같은 액수를 내고 있다”며 “건강보험처럼 국민연금도 잘 사는 사람이 좀 더 내고 혜택은 평등하게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다만 정년연장과 수급개시연령 조정, 보험료율 상향만으로는 연금 고갈 시기를 조금 늦출 뿐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연금이 본연의 사회보장 역할을 하려면 연금 체계를 개편하고 공무원연금과의 형평성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부과 방식으로 운영되는 국민연금을 ‘부과+적립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생산인구가 줄고 노인인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세대 간 소득 이전 방식인 부과방식으로는 연금이 존립하기 어렵다”며 “인구구조 변화에 상관없는 적립형으로 연금 구조를 개편하되 혼용하는 방식도 권장된다”고 말했다.

적립형으로 운영되고 있는 퇴직연금을 비롯한 사적연금 시장을 더 키워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박명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2%대에 그치고 있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개선하려면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며 “사적 연금 시장에 해외 금융기관이 들어오도록 하는 방식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에 대한 추가 개혁을 주문한 전문가도 있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처럼 공무원·사학·군인연금을 동일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역연금별로 요율 등이 천차만별인 국내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직역연금이 아닌 국민연금 역시 요율 상향으로 수령액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명호 교수는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올리고, 공무원연금의 혜택을 낮춰 통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초연금 개편도 강조했다. 이강구 연구위원은 “현행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70%에게 지급되는데 대상자를 조금 줄이고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을 확보하지 못하는 저소득층에게 더 몰아주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세환 이의재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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