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관절수술 VR 접목… 불안감은 덜고 만족도는 높인다

국민일보

인공관절수술 VR 접목… 불안감은 덜고 만족도는 높인다

환자 360도 ‘가상의 수술장’ 체험
3D프린팅 ‘맞춤형’ 최적 수술도

입력 2023-03-27 20:30

퇴행성관절염 말기인 70대 A씨는 최근 인공관절 수술을 권유받았다. 극심한 통증 탓에 하루빨리 수술받고 싶었지만 몸에 인공물을 넣는다는 게 불안했다. 차일피일 수술을 미루던 A씨는 가상현실(VR)을 통해 인공관절 수술 경험(사진)을 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자녀들과 함께 VR 수술실을 찾았다. A씨와 가족은 “VR 수술 경험 후 인공관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고 했다.

2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A씨처럼 무릎 퇴행성관절염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2021년 기준 180만명에 달한다. 관절염이 점차 진행돼 무릎 연골이 다 닳아버린 말기 상태에서 받게 되는 인공관절 수술 환자는 7만2000여명이다. 의술이 발전해 안전성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환자에게 수술은 여전히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이다. 더구나 수술 과정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면 두려움은 더하고, 수술 후 재활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 때문에 수술에 대한 환자의 이해와 만족도를 높이려는 의료계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인공관절 수술에 VR을 접목하려는 시도도 그중 하나다. 보건복지부 지정 관절 전문 연세사랑병원은 인공관절 수술에 VR을 선도적으로 접목하고 있다. 고글을 착용하면 360도로 ‘가상의 수술장’을 볼 수 있다. 인공관절 수술의 전 과정을 지켜보며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도, 상황에 맞게 수술 도구를 집어 직접 수술을 진행해 볼 수도 있다. 인공관절 특성상 고령 환자가 많은데, 보호자인 자녀가 VR을 경험해 보고 수술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정신건강의학과의 인지 훈련, 안과의 백내장 수술, 간담췌외과의 간암 수술 등 의료 분야에 VR을 적용한 사례는 이미 있지만 정형외과 영역, 특히 인공관절 수술에 VR을 활용한 것은 이곳이 처음이다. 정형외과 전문의인 고용곤 병원장은 “앞으로 환자들이 재활운동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전용 VR 프로그램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인공관절 수술 후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3D시뮬레이션, 네비게이션, 로봇 등 다양한 수술법이 고안돼 왔다. 근래에는 삽입되는 인공관절을 ‘환자 맞춤형’으로 개발하고 있다. 최근 개발된 3세대 인공관절은 다양한 디자인으로 제작돼 환자가 자기 몸에 적합한 걸 고를 수 있도록 선택지를 넓혔다. 연세사랑병원은 국내 환자 1000여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동양인 무릎에 적합한 3세대 인공관절을 개발해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았다. 기존 인공관절이 서양인 무릎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과 차별된다. 여기에 3D프린팅으로 만든 환자 맞춤형 수술 도구(PSI)까지 접목할 경우 환자 개인에 최적화된 수술이 가능하다.

고 전문의는 “인공관절 VR 수술과 동양인 맞춤형 인공관절이 환자 경과를 좋게 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VR 수술을 시작으로 AR(증강현실) 수술법도 고안하고 있다. 집도 의사에게 수술 정보를 띄우고 정확한 수술 위치를 보여주는 방식”이라고 부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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