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밖 성매매 여성들, 그들도 돌봐야 할 사람… 사랑의 눈으로 봤으면”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법 밖 성매매 여성들, 그들도 돌봐야 할 사람… 사랑의 눈으로 봤으면”

[복음식당 스크립트] <1>
27년간 집창촌 한곳에 약국 운영
성매매 여성 돌봐온 이미선 약사

입력 2023-03-2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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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유튜브 채널 ‘더미션’의 ‘복음식당’은 초대 손님에게 음식을 대접하며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복음식당의 주인장은 라이트하우스 서울숲 임형규(43) 담임목사이다. 그는 이곳에서 목사가 아닌 ‘홍카주’로 불린다. 턱수염에 8대2 가르마를 탄 짧은 머리가 홍대 근처 어딘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주인처럼 보인다고 해 붙여진 별명이다. 복음식당 시청자들은 세 번 놀란다. 홍카주의 외모에 한번, 그의 형편없는 요리 실력에 또 한 번 놀란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요리를 먹으며 초대손님과 나누는 진솔한 이야기에 위로와 격려를 얻는다. 최근 복음식당에는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88번지 일대의 성매매 밀집 지역에서 27년간 ‘건강한약국’을 운영하는 이미선(61) 약사가 방문했다. 상담사, 사회복지사로도 활동하며 성매매 여성들에게 ‘이모’로 불리는 이미선 약사와 홍카주, 두 사람이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옮겨봤다.

라이트하우스 서울숲 임형규(오른쪽) 목사와 이미선 약사가 최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유튜브 채널 더미션의 ‘복음식당’ 촬영 현장에서 팔짱을 끼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장진현 포토그래퍼

‘똑똑…’

홍: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오늘 약사님이 오셔서 특별히 약밥에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이: 약사에게 약밥이라니 재밌네요. 약밥 만들기 어려운 음식인데 걱정이 많이 됩니다.(웃음)

홍: 가장 먼저 약사가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 집안이 워낙 가난했어요. 어머니가 ‘너는 큰딸이니까 약대를 가서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고 해서 1980년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대에 입학했습니다.

홍: 약사가 되신 뒤 성매매 집창촌에서 약국을 경영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이: 남편과 이혼 후 어린 아들과 빚더미를 떠안고 부모님이 계신 하월곡동에서 1996년 약국을 시작했어요. 오롯이 생계를 위한 삶이었죠. 그러다 2005년 약국 바로 앞 건물에서 일어난 화재 사건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습니다. 그날 제가 기억하는 4명의 아이가 다 죽었어요. 그때 ‘이 일은 내가 아니면 안 되겠구나’ 생각하며 외연을 넓혀갔습니다.

홍: 성매매 여성들을 어떻게 돌보고 계시는지요.

이: 빚 갚느라 돈이 없어서 영양제를 사지 못하는 아이들에겐 선물을 주기도 하고 너무 지쳐있는 친구들한테는 책을 건네요. 2011년부터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서 국가의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워낙 험한 인생을 살아온 친구들이라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할 가치가 없는 밑바닥 인생’이라 여기는 마음의 경계를 통과하는 것이 가장 힘듭니다.

홍: 특별히 기억에 남는 만남이 있었나요.


이: 외출 갔다 오면 늘 약국에 들러 단팥 빵을 건네던 아이가 있었어요. 어느 날은 빵을 왕창 주며 ‘시집간다’고 하더군요. 다행히 아직 안 돌아왔어요. 시집갔다가 알코올, 약물에 빠져 폐인 돼 돌아오는 애들이 있어요. 그럴 때면 ‘하나님은 대체 저 아이들에게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생각하며 기도하곤 합니다.

홍: 영화 속 성매매 지역에는 무서운 조직폭력배나 포주가 등장하는데 현실은 어떤가요.

이: 당연히 있죠. 근데 내 덩치를 봐요. 감히 누가 나를 건들겠어요.(웃음) 가끔 술 먹은 취객이 ‘비아그라 달라’며 시비를 걸어올 때 경찰에 ‘건강한 약국입니다’라고 말하면 더 묻지도 않고 바로 출동해요. 아마 국내에서 경찰 신고 가장 많이 한 약국으로 기록돼 있을 겁니다.

홍: 인류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이 성매매라고 합니다.

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성을 잘 사용하면 축복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벌이죠. 쾌락을 조율할 수 있는 권한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성을 사고파는 것은 수천 년 동안 인류가 풀지 못한 과제라 제가 논의할 만한 문제는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불합리함이나 불편함 등은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홍: 우리 사회가 성매매 여성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이: 성매매를 하고 싶어서 하는 친구들은 없을 겁니다. 배운 게 없고 고아 출신에 소녀 가장들이 대부분이죠. 그렇다고 이런 일을 선택한 것을 잘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법의 테두리에 들지 못하는 이 아이들도 교회가, 지도자들이 돌봐야 할 백성입니다. 애정의 눈으로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홍: 미아리 텍사스촌이 재개발돼 곧 그곳을 떠나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이: 성북구를 떠나지는 않을 계획입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곳에서도 약국의 기능과 더불어 지금보다 더 지역 사회를 섬길 수 있는 마을 약국을 꿈꾸고 있습니다.

홍: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약밥이 완성됐습니다. 한번 드셔보시지요.

이: 비주얼은 합격. 약밥의 점도도 이 정도면 양호하고요. 근데 참기름이 약밥의 핵심인데 조금 부족한 거 같아요. 그래도 걱정했던 것보다는 맛있네요.(웃음)

홍: 참 좋은 어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세대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 부잣집에서 태어난 금수저도 있고 흙수저 아니면 이마저도 물고 태어나지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 수저조차 없이 태어났어도 자신을 먼저 귀하게 여길 줄 알아야 귀하게 여김을 받습니다. 함부로 시간과 몸을 버리는 일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여러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드신 최고의 창조물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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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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