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어른이 청년에 배우는 ‘리버스 멘토링’ 시도해보길

국민일보

교회, 어른이 청년에 배우는 ‘리버스 멘토링’ 시도해보길

<14·끝> MZ세대가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법

입력 2023-03-28 03:03 수정 2023-03-28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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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가 MZ세대와 동행하려면 교회가 청년들에게 역할을 부여하며 공동체성을 공유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청년 세대의 열정과 실패도 용인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사진은 청년들이 소그룹으로 모여 토론하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요즘 MZ세대들이 사용하는 안타까운 말이 있다. ‘탈출은 지능순’. 더 나은 기업이나 조직으로 이동하는 상황을 빗대 쓰는 자조적 표현이다. 교회 디자인 트렌드를 연구하는 인권앤파트너스 황인권 대표는 이 말이 교회에도 적용된다고 했다.

황 대표는 26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정상적으로 사고하는 친구일수록, 똑똑할수록 조직이나 회사는 물론 교회에서 빨리 떠난다는 말”이라며 “눈치 없이 열심히만 다니면 조직 안에서 대접은 제대로 못 받고 소모품 취급만 당하기 일쑤라는 데서 나온 말”이라고 했다.

MZ세대는 세상 속에서 신앙과 믿음을 어떻게 지켜나가고 있을까. 그리고 지난 3개월간 한국교회가 MZ세대와 동행을 고민해 온 답은 무엇일까.

신앙, 지키거나 떠나거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던 2020년 3월 인터넷 공간엔 또 다른 이름의 바이러스가 퍼졌다. 25분짜리 단편영화 ‘유월’은 ‘댄스’라는 이름의 바이러스에 감염돼 좀비로 변하는 이들을 보여준다. 여기서 반전이 있다. 바이러스라는 두려움을 갖고 보면 좀비처럼 보이던 이들의 몸짓은 음악이 깔리는 순간 춤사위가 된다. 영화는 유튜브에 게시된 지 두 달 만에 조회수 196만뷰를 올렸고 26일 현재 621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상도 많이 받았다. 미쟝센 단편영화제 희극지왕 최우수작품상, 안무상과 부산국제단편영화제 관객상, 청룡영화상 단편영화상 부산국제단편영화제 관객상 등을 수상했다.

영화를 만든 이병윤(35) 감독은 “느헤미야 8장 10절을 콘셉트로 했다”며 “율법에 매여 슬퍼하지 말고 여호와로 인해 기뻐하라는 성경 말씀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제목 ‘유월’은 문설주에 피를 바르면 심판이 지나간다는 유대 명절 유월절에서 가져왔다.

이 감독은 “우리 모습을 보면서 믿지 않는 이들이 복음을 바라볼 수 있어 세상 안에서 기독인의 역할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작품을 찍을 때는 복음을 담아내려 하고 상업 작품에선 악한 일에만 영합하지 않는다면 함께 일하는 이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영화 ‘유월’은 성경 메시지를 보이지 않게 이야기한다. 류승룡 염정아 주연인 상업영화 ‘인생의 아름다워’에선 안무 감독을 맡았다. 지난해 9월 개봉한 이 영화는 남녀노소가 공감할 삶의 희로애락을 담아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렇다고 신앙을 지키는데 어려움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이 감독은 “요즘 대중문화에서 잘 되려면 자극적인 소재를 사용해야 하니 나 역시 유혹을 받는 건 당연하다”며 “세상 어디에 있건 기독 MZ들이 신앙을 지키는 건 쉽지 않은 세상이 됐다”고 말했다. 그나마 자영업을 하는 개인사업자나 홀로 활동하는 문화예술가라면 상황이 낫다. 회사 등 조직 안에서 신앙을 유지하는 건 더 쉽지 않다.

대기업 입사 2년차인 김민우(가명·31)씨는 인터뷰 전 익명부터 요청했다. 모태신앙인 그는 대학부 시절 교회를 가면 늘 소진되는 느낌이었다. 교회는 끊임없이 봉사를 요구하면서도 칭찬보다 질책을 들었다. 그러다 회사에 들어갔다. 일도 힘든데 회식 자리는 잦았다. 조직 문화에 익숙해지려면 술자리를 피하는 건 쉽지 않았다. 회식은 일상이 됐고 주일은 쉬는 하루가 됐다.

김씨는 “교회는 청년들을 소모품 취급했고 채워주는 건 없다는 생각이 들던 시기에 회사에 들어가면서 멀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MZ의 열정과 실패, 모두 허하라

한국교회가 MZ세대를 향해 주목해야 할 부분은 ‘MZ세대 역할론’이다.

학원복음화협의회 김성희 캠퍼스청년연구소장은 “교회 세계사를 보면 20,30세대 리더의 활약이 돋보였다”면서 “동기부여만 확실하면 교회를 위해 헌신할 열정과 에너지가 있다”고 말했다. MZ세대에 역할을 주려면 세대 분리가 필요하다.

경기도 성남 선한목자교회(유기성 목사)는 2006년 2월 청년부를 분리시켜 선한목자 젊은이교회를 세웠다. 경북 경산중앙교회(김종원 목사)는 20~29세 청년이 주축이 되는 갈릴리 청년부와 30대 이상인 샬롬 청년부로 운영한다.

분리된 청년 조직을 이끌어 가려면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청년 사역자도 있어야 한다. 청년 문화를 이해하려는 방안도 제시됐다. 황 대표는 “후배, 청년들에게 멘토를 맡기고 어른들이 배우는 리버스 멘토링을 도입하면 좋다”며 “대학생활 문화정보 잡지인 ‘대학내일’, 최신 트렌드 정보 사이트 등을 통해 MZ문화를 공부하는 노력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들의 실패도 응원해야 한다. 다음세대 사역단체인 ‘스탠드그라운드’ 나도움 목사는 “믿음의 발걸음을 내딛고 싶어하는 청년, 청소년을 꼰대 마인드로 막지 말아 달아야 한다”며 “‘내가 해봤는데 안 되더라’가 걱정과 우려인 건 알지만, 믿음의 시행착오를 겪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교회가 청년들에게 위로받는 공간이 돼야 한다. 갈릴리 청년부의 소그룹 리더로 섬기는 이은수(24)씨는 “우리 청년부의 가장 큰 장점은 배타적이지 않은 끈끈한 공동체성인데 일상에서도 믿음을 지킬 수 있는 지지대가 된다”고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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