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 핵연료에도 세금 부과?… 이중과세 지적도

국민일보

사용후 핵연료에도 세금 부과?… 이중과세 지적도

정부 ‘지역자원시설세’ 검토 나서
稅부족 지자체 요구… 시행 미지수

입력 2023-03-28 04:07

정부가 사용후 핵연료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지역 내 원전을 두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 일각에서 사용후 핵연료 과세 필요성이 제기되자 실효성 점검에 나선 것이다. 다만 이중과세 논란 탓에 실제로 과세가 이뤄질 지 여부는 미지수다.

27일 정부에 따르면 행정안전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6일 회의에서 사용후 핵연료에 지역자원시설세를 매기는 방안을 논의했다. 지역자원시설세는 지역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유발하는 발전시설이나 지하자원 등에 부과하는 지방세다. 현재 정부는 지역 주민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수력원자력 등 원전 사업자에 지역자원시설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발전량 1킬로와트시(㎾h)당 1원을 원전 소재 지자체에 납부 중이다.

지자체는 여기에 더해 사용후 핵연료 보관량에 따라 한수원이 추가로 세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지자체의 잠재적 위험부담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원전 소재지 지자체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지방세법 개정안’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개정안은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원전 지역 여야 의원 6명이 발의했다.

지자체가 추가 과세를 요구하고 나선 데는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기조로 지역자원시설세 세수가 줄어든 여파가 크다.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한수원 산하 5개 원자력본부가 납부한 지역자원시설세는 2016년 1709억원에서 2021년 1663억원으로 64억원 가량 줄었다. 원전 발전량이 줄면서 한수원이 내야 하는 세금도 감소한 것이다.

다만 사용후 핵연료에 세금을 물리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지적도 나온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19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원자력 발전과 사용후 핵연료 저장은 연속된 과정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각 원전은 격납건물 내 수조에 사용후 핵연료를 임시 보관하고 있다. 이러한 습식저장시설을 원전과 다른 별도의 시설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발전량에 더해 핵연료 보관량에 추가 세금을 물리면 중복과세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고준위 방폐물 보관에 대한 과세가 인정되면 시멘트나 유해화학물질, 천연가스 제조 등에 대해 지역자원시설세 신설 요구가 잇따를 수 있다. 증가한 세액 만큼 정부 부담이 커져 국민 전체가 내야 하는 전기 요금이 더 올라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찬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뒤 과세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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