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사건절차규칙 개정… 대기업 편의 봐주기?

국민일보

공정위, 사건절차규칙 개정… 대기업 편의 봐주기?

“최대예상과징금액·피심인 수 대기업 변론권 보호 차원” 지적

입력 2023-03-28 04:06

공정거래위원회가 피심인의 의견을 경청하기 위해 개정을 추진 중인 사건절차규칙이 대기업 위주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통상 1번에 끝나는 심의를 추가 요청하기 위한 사건의 과징금 기준이 지나치게 높아 중소기업은 대상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지난 14일 행정 예고한 사건절차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최대 예상과징금액이 1000억원 이상(부당공동행위 사건은 5000억원 이상)이거나 사업자인 피심인 수가 5명 이상(부당공동행위 사건은 15명 이상)이면 추가 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

27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과징금이 1000억원 이상이거나 피심인이 5명 이상인 사건은 28건뿐이었다. 공정위는 연간 2000건 이상의 사건을 심의하는데, 이같은 기준이 적용되는 사건은 극히 일부인 셈이다.

이번 규칙 개정을 하지 않아도 대기업은 심의 과정에서 이미 충분한 의견을 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5년간 2차례 이상 전원회의 심의가 이뤄진 사례는 13건이다. 이 중 12건은 대기업이 피심인이었다. 카카오모빌리티, 브로드컴, 금호아시아나, 애플코리아 등이 피심인이었다. 공정위 결정에 불복해 기업들이 진행하는 행정소송도 비슷한 양상이다. 지난 5년간 공정위가 패소해 과징금을 환급한 사건 중 과징금 액수가 큰 20건 중 대기업이 피심인인 사건은 11건이었다.

공정위는 쟁점이 많거나 사건이 까다로운 경우 피심인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사건을 심의하기 위해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지만, 추가 심의 신청 기준이 대기업에 맞춰져 있어 중소기업은 실질적으로 추가 심의를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공정위는 중소·중견기업이 심의 절차가 길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 경우가 많다는 입장이다. 중소·중견 기업 입장에서는 심의 절차가 길어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에 오히려 심의를 빨리 끝내고 사건을 마무리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에 단순히 심의 횟수를 늘릴 것이 아니라 심의 절차의 질적 향상을 위한 절차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의 횟수를 늘려 중소·중견기업의 부담을 늘릴 것이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별도의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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