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로 먹고살기] 돈을 벌고 싶으면 글을 써라!

국민일보

[글쓰기로 먹고살기] 돈을 벌고 싶으면 글을 써라!

편성준 작가

입력 2023-04-01 04:02

오로지 막국수를 먹기 위해 친구들과 자동차를 타고 용인까지 간다고 하면 대뜸 “아니, 막국수가 맛있어 봤자 거기서 거기지, 뭘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사실 나도 막국수가 미친 듯이 좋진 않다. 그런데 고기리막국수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음식점 찾아다니기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미 알고 있겠지만 경기도 용인시 고기동에 위치한 이 가게는 주메뉴인 들기름막국수보다 주인장인 김윤정 대표의 변함없는 서비스와 진심이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이다.

김 대표는 몇 년 전에 가게 이야기를 담은 책을 펴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책에는 그가 가게를 내기 전에 어떤 실패를 경험하고 장사를 하면서도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그리고 지금 장사를 하면서 지켜내려 하는 경영철학은 무엇인지 등이 자세히 나와 있다. 내가 길게 늘어선 대기자들이나 저렴한 음식 가격보다 놀란 것은 메뉴판에 쓰여 있는 ‘아기막국수는 무료’라는 안내문이었다. 아기들이 먹는 양이 적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그걸 명문화하는 것은 보통 용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런 이야기들을 오래전부터 블로그에 꾸준히 올렸고 책에도 썼다. 그리고 그걸 실천에 옮겼다.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를 얻어 수십억 매출을 기록하다 호박즙 사태로 인해 한순간에 몰락한 SNS 마케팅 업체와 구분되는 점은 바로 이런 실천력과 진정성이었다.

얼마 전 ‘스몰브랜드’를 가지고 있거나 만들려는 분들을 모시고 비즈니스 글쓰기 특강을 했다. 현대 사회는 브랜딩의 시대다. 크든 작든 사업체는 물론이고 개인도 브랜딩을 잘해야 시장에서 살아남고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강의가 시작되자 기대를 가지고 내 앞에 모여든 사람들은 약간 당황하는 눈치였다. 카피라이터 출신이니까 브랜드 빌드업을 위한 콘셉트 구축과 카피라이팅을 강조할 줄 알았는데 ‘돈을 벌고 싶으면 글을 써라’며 엉뚱하게 스토리텔링을 강조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확고했다. 고객들은 더 이상 기발한 문구나 화려한 포장에 이끌려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 줄의 날쌘 카피보다는 내가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됐는지, 그때 내 인생엔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래서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고객들을 만나고 있는지 등을 알 수 있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살핀다.

대학로나 성수동 등 서울 곳곳에서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농부 시장 마르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내가 사 먹는 농산물을 시장에서 직접 만날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이 시장은 10년이 넘도록 특별하지 않지만 꾸준한 스토리텔링으로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이 경우는 직접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리도록 하는 스토리텔링 구조다. 그러기 위해서 품질이나 방식이 변하지 않도록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다.

저는 글을 못 쓰는데요, 라는 소리는 제발 그만하시기 바란다. 중요한 건 진실과 진심이지 테크닉이 아니다. 글을 한 번도 안 써본 사람이라도 주어와 동사를 배열할 줄은 알 것이다. 그거면 충분하다. 소비자들이 감동하는 건 논리 정연하고 매끈한 문장이 아니라 투박하더라도 진심이 묻어나는 진짜 사연이니까. 당장 오늘 첫 손님과 있었던 일부터 써보라. 그분이 가게에 오게 된 사연과 손님이 가진 독특한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까지 술술 나오게 돼 있다. 그렇다고 너무 진심만 강조하면 안 된다. 뭐든 너무 목표물만 바라보고 돌진하면 재미가 없어서 다들 눈을 돌려버린다. 반면에 작고 사소한 이야기라도 꾸준히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적어나가다 보면 그게 쌓여서 브랜딩이 된다.

“고현정이 와서 머리를 부딪친 다음 날 내가 이걸 써 붙였지.” 우리 동네 새천년호프 화장실 가는 길에 붙어 있는 ‘머리조심’에 대한 사장님의 설명이다. 나는 이런 게 아주 쉽고도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의 예라고 생각한다. 별것 없다. 우리 가게는 탤런트 고현정이 왔다 갈 정도로 맛있는 곳이고 고현정만큼 키가 커야 머리를 부딪치니 보통 사람들은 안심하고 화장실 가도 된다는 유머러스한 설명이다.

돈을 벌고 싶다면 글을 쓰라면서 고기리막국수와 새천년호프를 끌어들였지만 오해는 하지 마시기 바란다. 나는 김 대표와 별로 친하지 않다. 새천년호프는 아내가 채식 지향을 선언한 이후로 발길을 끊었다.

편성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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