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넘어, 사진을 지나… 글로 말하는 미술가 2명

국민일보

그림을 넘어, 사진을 지나… 글로 말하는 미술가 2명

사진 작가 노순택 ‘말하는 눈’ 출간
미술가 故 강석호 ‘3분의 행복’ 눈길

입력 2023-03-28 21:13
미술인들은 그림으로, 사진으로 말을 한다. 그런데 일부는 마치 문학인처럼 글로 자신의 작품 세계에 대해 말한다. 여기, 두 사람의 글쟁이 미술가가 있다.

사진작가 노순택의 에세이집 ‘말하는 눈’
노 작가의 작품 '서울'

기자 출신 사진작가 노순택(52)은 생계를 위해 글을 쓴다. “사진으로는 입에 풀칠하기 어려워도, 글을 쓰면 밥벌이가 가능했다”는 것이 이유다. 잡지 등에 수년씩, 길게는 10년에 걸쳐 글을 기고했다. 그 글에서 사진 찍는 일이 갖는 무게와 부채의식, 사진의 역사, 사진 미학을 이야기한다. 이를테면 사진이 처음 출현했을 때 화가들이 느꼈던 공포감, 그 사진이 예술을 넘보려는 시도에 대한 화가들의 비아냥 등 사진예술의 역사가 체화된 일상의 문장으로 서술된다. 그러면서 “사진은 무언가 드러내지만, 그 드러냄은 또 다른 무언가를 은폐하면서 발생하는 드러냄”이라는 사진 철학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를 패러디한 ‘이것은 대통령이 아니다’ 등 당대 현실에 대해 눙치듯 비판을 들이대는 등 책갈피마다 현실참여적인 노순택의 사진 미학이 번득인다. 독립출판사 ‘한밤의빛’에서 그가 쓴 글을 골라 사진 작품과 함께 ‘말 하는 눈’이라는 제목으로 냈다.

미술가 고 강석호의 에세이집 ‘3분의 행복’
강 작가의 작품 '무제'

‘3분의 행복’(미메시스)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강석호 작가가 일상에 관해 쓴 글을 그림과 함께 담은 그림 에세이집이다. 책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관에서 열린 동명의 전시 ‘3분의 행복’을 계기로 출간됐다. 전시와 연계된 책이지만 에세이스트로서의 글재주를 보여 온 고인을 기리기 위해 전시 도록 형식이 아닌 단행본 형식을 취했다. 강석호는 다른 작가들을 위해 쓴 전시 도록 서문에서조차 특유의 솔직하고 능청스러운 글 솜씨를 발휘해 화단의 글꾼으로 통했다. ‘3분의 행복’은 그가 남긴 수필의 제목이기도 하다. 그는 그 글에서 “그냥 별일이 없어도 ‘3분’은 항상 나를 행복해준다”고 했다. ‘다른 이들이 주목하지 않는 부분을 오래 쳐다보는 습관을 통해 포착한 이미지’를 그리는 작가로 알려져 있는 강석호 작가의 작품은 글만큼이나 계산 없이 맑고 담백해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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