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생태계 속 플랫폼의 역할

국민일보

[기고] 생태계 속 플랫폼의 역할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입력 2023-03-30 04:07

로컬과 플랫폼의 관계가 변하고 있다. 독립적 문화를 창출하는 생활권을 의미하는 로컬에서 플랫폼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소상공인은 캐치테이블로 손님 예약을 받고, 당근마켓에서 구인을 한다. 수많은 ‘○리단길’이 탄생하는 바야흐로 로컬 전성시대에 플랫폼의 역할은 무엇일까.

네이버와 연세대 연구진은 로컬이 강한 도시와 동네, 그리고 100개의 로컬 브랜드를 소개하는 ‘로컬 브랜드 리뷰 2023’을 발간했다. 책이 리뷰한 100개의 로컬 브랜드 중 97%는 SNS 플랫폼 인스타그램을, 63%는 스마트스토어와 스마트플레이스 등 네이버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었다. 경기 수원시 행궁동 공방들은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고, 스마트플레이스를 통해 공방 클래스 예약을 관리한다. 플랫폼은 로컬 브랜드의 복합적 성장 방식에 알맞은 다양한 온라인 수단과 발판을 마련해주고, 로컬 브랜드는 이를 바탕으로 지역에 더욱 공고히 뿌리내리고 있다.

로컬 브랜드는 로컬로 차별화하고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독립기업이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지역 고유의 자연환경, 특산물, 문화 등 로컬 자원을 활용해 다른 지역이 복제할 수 없는 콘텐츠를 개발한다. 우리나라 3500개의 읍·면·동 중 200여개만이 지역 고유의 문화 자원을 성공적으로 브랜딩한 동네다. ‘로컬 브랜드 리뷰 2023’이 소개한 14개 동네가 로컬이 특히 강한 지역이다. 동네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 브랜드로서 동네가 많아지면 소상공인이 장사하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다.

플랫폼은 기술력을 더해 커뮤니티 네트워크를 강화시켜 브랜드로서의 동네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의 개인화된 로컬 추천 기술을 적용한 ‘로컬 스마트블록’은 사용자가 특정 장소를 검색했을 때 방문하게 되는 장소 데이터를 활용해 이후 함께 가 볼 만한 장소를 추천한다. 검색 장소와 다른 업종이더라도 동일한 탐색 의도로 간주해 추천 정보에 반영한다. 로컬이라는 공통점을 기준으로 흐르는 데이터를 기술로 읽어내고 나의 맥락에 맞게 동네를 엮어준다. 이렇듯 플랫폼은 로컬 탐색 비용을 줄이고, 상권의 집단화를 극대화해 로컬 브랜드 생태계가 더욱 활발히 형성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제는 로컬과 플랫폼의 관계에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로컬과 플랫폼이 추구하는 것은 특색 있고 개성 넘치는 동네의 확산이다. 골목상권이 다양해지면 찾는 이가 늘어나고 덩달아 플랫폼의 필요성도 커진다. 플랫폼은 로컬 브랜드 발굴과 육성에 앞장서고 로컬 브랜드는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 둘은 떼어낼 수 없는 공생 관계에 가깝다. 로컬 생태계를 수놓는 다양한 주체를 촘촘히 잇고, 로컬에 맞는 연결 방식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고도화하는 것이 플랫폼만이 할 수 있는 로컬 속 역할이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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