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50만원 생계비 대출

국민일보

[한마당] 50만원 생계비 대출

한승주 논설위원

입력 2023-03-30 04:10

부자에겐 분위기 좋은 곳에서 가족과 함께 먹는 한 끼 식사 비용이지만, 찜질방에서 숙박을 해결하는 빈자에겐 고시원에라도 갈 수 있는 사다리가 된다. 50만원의 가치다. 어떤 이에겐 단돈 50만원이겠지만, 수술비가 필요한 누군가에겐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돈이다.

그 50만원을 정부가 빌려준다. 이자는 15.9%. 낮은 금리가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정부의 소액 생계비 대출 얘기다. 신용등급이 낮은 취약계층이 대상이다. 신용평점 하위 20%이고 연 소득 3500만원 이하여야 지원할 수 있다. 현재 금융사에 연체 중인 대출이 있어도 빌릴 수 있다. 일단 50만원을 빌린 후 6개월간 이자를 밀리지 않고 내면 50만원을 추가로 빌릴 수 있다. 최대 100만원이다. 병원비 학자금 등 급하게 필요하다는 걸 증명하면 처음부터 100만원을 빌려주기도 한다. 대출은 지난 27일 시작됐다. 사전 예약 사흘 만에 2만5000명 넘는 신청자가 몰리며 4주간 상담 예약이 거의 찼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확 늘었다. 직장인, 프리랜서, 일용직 등 직군은 다양했고, 연령대도 골고루였다. 대부분 금리가 높다는 불만보다는 당장 급한 불을 끄기에 50만원은 너무 적다고 아쉬워했다.

이 정도 금리면 다른 곳에서 빌려도 되는 거 아니냐고? 이들에겐 여기가 아니면 갈 곳이 불법 사금융 시장밖에 없다. 불법 사채 금리는 평균 연 414%다. 연 수천%에 이르기도 한다. 대략 70만명이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 번 발을 잘못 내디디면 원금은커녕 이자도 못 갚는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정부도 몰랐을 거다. 50만원이 절실한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은. 이번 대출은 상환을 장담하기 어렵고, 일회성 지원이라는 한계도 있다. 그래도 연내 1000억원으로 계획된 대출 재원을 좀 더 늘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단순히 돈만 빌려주는 게 아니라 채무조정이나 일자리 소개도 해준다는데 실효성이 있으면 좋겠다. 새삼 50만원의 가치를 생각해 보게 되는 요즘이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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