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국가안보실장

국민일보

[한마당] 국가안보실장

남도영 논설위원

입력 2023-03-31 04:10

2008년 7월 11일 새벽 5시쯤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 초병 총격으로 사망했다. 이 사실이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된 시간은 오후 1시 반 정도였다. 이 대통령은 오후 2시 전면적인 남북 대화를 제안하는 국회 개원연설을 했다. 우리 국민이 사망했는데 무슨 남북 대화 제안이냐는 비판이 나왔고, 이는 ‘늑장 보고’ 논란으로 이어졌다. 청와대 내 위기정보상황팀을 국가위기상황센터로 확대 개편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는 노무현정부의 작품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유명무실했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를 확대 개편하고 위기관리센터를 신설했다. 이명박정부가 들어서자 NSC 사무처는 사실상 폐지됐고, 위기관리센터는 위기정보상황팀으로 축소됐다. 박왕자씨 사건으로 국가위기상황센터를 만들었지만, 위기는 계속됐다.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사건과 그해 11월 연평도 포격전이 벌어졌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보고 지연, 상황관리 실패와 같은 혼선이 계속됐다. 다시 국가위기상황센터를 수석급이 책임지는 국가위기관리실로 격상했다.

국가안보실은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신설됐다. 안보 관련 컨트롤 타워를 만들겠다는 의도였다. 실장은 장관급이었다. 초대 국가안보실장은 ‘꼿꼿 장수’로 유명했던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이었다. 김 실장은 1년 3개월 만에 하차했다. 김 실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안보실은 재난 관련 컨트롤타워가 아니다”고 말했다가 호된 비판을 받았다. 후임 국가안보실장들은 상대적으로 장수했다. 김 실장 뒤를 이은 김관진 실장은 대통령 탄핵 때까지 3년을 근무했다. 문재인정부에서는 정의용 실장과 서훈 실장이 각각 3년과 2년을 근무했다. 윤석열정부 초대 국가안보실장인 김성한 실장이 29일 사표를 냈다. 10개월 만의 불명예 퇴진이다. 블랙핑크와 레이디 가가의 합동 공연에 대한 미국 제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은 게 원인이라고 한다. ‘보고 누락’이 중대한 실수이긴 한데, 경질 사유로 믿어야 할지는 모르겠다.

남도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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