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초유의 외교라인 잇단 퇴진, 진실 소상히 밝혀야

국민일보

[사설] 초유의 외교라인 잇단 퇴진, 진실 소상히 밝혀야

입력 2023-03-31 04:03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9일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해 인천공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김 실장은 29일 전격 사퇴했다. 연합뉴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의 29일 전격 사퇴를 포함해 최근 3주간 대통령실 내 핵심 외교안보 인사들의 잇단 퇴장은 이유나 시점 등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너무 많다. 언론 보도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준비 과정에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측이 한류 스타 블랙핑크와 미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합동 공연을 제의했는데 우리 측에서 확답이 없었고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게 이번 사태의 이유라고 한다. 액면 그대로 믿는다 하더라도 이는 일종의 의전이나 일정 조율상의 문제다.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외교비서관에 이어 안보실장까지 줄줄이 옷을 벗을 사안인지 의문이다.

김 실장은 이달 초 미국을 찾아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협의한 당사자이고 김 실장의 후임은 조태용 주미대사다. 오랜 시간 양국 현안을 함께 논의한 파트너가 불쑥 물러나고 주미대사가 공석이 된 것은 윤 대통령을 국빈 초청한 미국으로서도 불쾌해할 만한 사안이다. 정부는 조 대사 후임을 속히 임명해 미국에 아그레망(주재국 임명 동의) 절차를 밟기로 했는데 통상 6주 정도 걸린다. 해당국 대사가 없는 상태에서 정상회담이 치러지는 초유의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외교라인의 갑작스러운 물갈이가 일으킨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한·일 정상회담에 이어 4월 말 한·미 정상회담,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한·미·일 정상회담이 차례로 열린다. 한국 외교의 변곡점이 될 중요 무대다. 북한은 남한을 타격할 전술핵탄두를 공개하는 등 하루가 멀다 하고 도발을 일삼고 있다. 미·중 신냉전 속에서 한국 경제의 피해도 최소화해야 한다. 미국 중심 공급망 재편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고, 세계 금융권을 긴장하게 하는 은행 위기에 대한 주요국 공동 대응에도 동참해야 한다. 우리 외교가 시급히 대처해야 할 안보 및 경제 현안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런데 정작 일을 치르기도 전에 국정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 내에서 난맥상이 불거졌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벌써부터 온갖 억측과 소문이 무성하다. 대통령실은 국민의 불신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태의 진실을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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