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로남불’이 돼버린 불체포특권… 방탄 굴레 갇힌 민주당

국민일보

[사설] ‘내로남불’이 돼버린 불체포특권… 방탄 굴레 갇힌 민주당

입력 2023-03-31 04:01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본인에 대한 체포동의안 투표를 마친 뒤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하 의원은 신상 발언을 통해 부결을 읍소했으나 체포동의안은 가결됐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의원 281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60표, 반대 99표, 기권 22표로 가결됐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과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잇따라 부결됐던 것과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하 의원은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도와주는 대가로 도의원 예비후보에게 7000만원을 받는 등 1억원이 넘는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결됐다면 비리와 부패를 옹호하는 방탄 국회란 지탄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당연히 통과돼야 하는 안건이 통과됐지만, 노 의원과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다수의 힘으로 부결시켰던 민주당은 ‘내로남불의 이중잣대’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자승자박의 함정에 제대로 빠졌다.

이번에도 체포동의안의 운명은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쥐고 있었다. 민주당에서 대거 찬성표가 나오지 않으면 통과될 수 없는 상황에서 많은 민주당 의원이 노웅래·이재명 체포동의안 때와 다른 선택을 했다. 자기 당 의원들의 체포동의안은 ‘정치 탄압’이라 주장하며 잇따라 부결시킨 이들이 상대 당 의원에 대해선 ‘부패 사건’이라면서 가결시켰다. 시대에 맞지 않는 불체포 특권을 거머쥔 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입맛대로 휘두른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렇게 무원칙한 잣대는 비리 척결과 부패 근절이란 사회적 과제의 엄중함을 희화화하고 있다. 노 의원의 금품수수 혐의는 성격과 증거 면에서 하 의원 혐의와 다를 바 없었다. 민주당은 두 사안에 정반대 잣대를 들이대며 방탄막을 폈다 접었다 했다. 만약 이 대표에 대해 다시 체포동의안이 제출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다시 정치 탄압 잣대를 꺼내 방탄막을 펴려 하나?

하 의원 체포동의안이 제출될 때 민주당은 이미 진퇴양난에 빠졌다. 부결시킬 경우 ‘부패 옹호 정당’이란 비난이, 가결시킬 경우 ‘내로남불 정당’이란 비판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초한 상황이다. 사법 리스크를 짊어진 이재명 대표 체제를 택할 때부터 방탄 논란은 이미 예고됐다. 그것을 무릅쓰고 첫 단추를 잘못 꿴 탓에 진즉 없어졌어야 마땅한 불체포 특권이 정치의 전면에 등장했고, 비리와 부패를 대하는 사회적 잣대에 혼돈을 가져왔다. 국회의 압도적 다수당이 ‘방탄 정당’이란 굴레에 갇혀 벌이는 행태는 한국 정치를 퇴행시키고 있다. 당의 미래에도 결코 긍정적으로 작용할 리 없다. 민주당은 이제 본질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언제까지 이런 오명을 뒤집어써가며 민생과 무관한 싸움에 매몰돼 있을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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