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예대마진 키우는 시중은행들

국민일보

[사설] 또 예대마진 키우는 시중은행들

대출금리 인하 폭보다 예금금리 인하 폭 키워… 과도한 수익 감시해야

입력 2023-04-01 04:01 수정 2023-04-02 20:44

최근 시중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대출금리 인하에 나섰지만 예대마진 폭은 더 늘어났다. 대출금리 인하 폭보다 예금금리 인하 폭이 더 컸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예대마진이 커질수록 수익이 늘어나는 것이니 반가운 소식이지만 금리변동기의 예대마진 확대는 금융소비자의 희생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고약하다. 경기침체기에 모든 경제 주체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은행들만 이자놀이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2월 예금금리는 연 3.54%로 한 달 전보다 0.29% 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평균 대출금리는 연 5.32%로 0.14% 포인트 낮아지는데 그쳤다. 은행들이 이렇게 예금 금리는 대폭 낮추면서 대출 금리는 찔끔 내려 예대마진은 1.63% 포인트에서 1.78% 포인트로 2개월 연속 커졌다. 은행들이 대출 고객들의 이자 부담을 낮추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예금 고객들에게 줄 이자를 그보다 더 줄이면서 예대마진을 키운 것이다.

국내 시중은행들의 수익에서 차지하는 예대마진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KB금융의 경우 지난해 예대마진 비중이 67.9%로 전년도(58.8%)보다 크게 늘었다. 신한은행의 예대마진 비중도 65.6%(전년도 62.1%)로 확대됐다. 하나은행의 예대마진 비중은 87.4%에 달했고 우리금융은 83.9%였다. 국내 은행의 예대마진은 웬만한 선진국보다 높다. 2021년 국내 은행의 평균 순이자 마진(NIM)은 1.59%로 프랑스(0.52%), 일본(0.54%), 독일(0.96%), 이탈리아(1.07%)보다 높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미국, 영국을 제외하면 한국이 가장 높았다. 은행산업의 공공성을 감안하면 예대마진을 통한 수익 극대화는 위험하다. 금융사들의 이기주의가 금융시장의 왜곡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시중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금리인하 노력이 필요하다”며 “경영합리화 등을 통해 대출자에 전가되는 금리인상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당국이 시중은행의 금리 결정에 개입하는 것은 관치의 오해를 불러올 소지가 있다. 그러나 은행들의 이기심이 통제되지 않으면 시장의 실패를 부른다. 은행들이 금리변동기를 예대마진을 키우는 기회로 삼아 또 다른 성과급 잔치를 벌이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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