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석운 칼럼] 미국과 중국의 대만전쟁 시나리오

국민일보

[전석운 칼럼] 미국과 중국의 대만전쟁 시나리오

입력 2023-04-26 04:20 수정 2023-04-26 04:20

중국의 대만 침공 현실이 되면
한국은 6·25 이후 최대 위기

워게임 대부분 미국 승리 예상
그러나 인명 피해는 상상 초월

시진핑 '무력 불사' 발언 이후
대만포위 훈련 강도 세져

핵무기 탑재 전폭기 동원하고
미사일 폭격 영상 공개하기도

남의 일 아닌 대만 문제
한국은 비상한 대비 필요

미국 해병대가 대대장급 지휘관 양성 교재로 사용하는 워게임 중에는 중국의 대만 침공을 저지하는 훈련 프로그램이 있다. ‘인도태평양의 연안전투 지휘관’이라는 워게임은 2~6명이 적군과 아군으로 나눠 카드보드 위에서 가상의 전투를 치르는 시뮬레이션이다. 중국 함정의 상륙 저지부터 탄도미사일·극초음속미사일 공격, 잠수함 작전, 사이버 공격, 우주전까지 다양한 상황에서 지휘관의 임무를 익히도록 고안돼 있다.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세바스찬 배 연구원이 자신의 해병대 복무 경험을 바탕으로 설계했다.

미 하원 중국특별위원회 의원들은 지난 19일 이와 유사한 워게임을 경험했다. CNAS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중국과 가상의 전면전을 치른 의원들은 개전 3일 만의 전황에 큰 충격을 받았다. 중국 미사일의 공격을 받은 괌과 일본의 미군기지에서만 수백~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미국의 반격으로 중국의 사상자는 더 많았지만 미국의 장거리 미사일 재고는 바닥났고 주요 동맹들은 참전을 꺼렸다. 2시간30분이 소요된 워게임이 끝나자 마이크 갤러그 중국특위 위원장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대만이 구입한 195억 달러(약 26조원)어치의 무기를 서둘러 대만에 인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상의 미·중 전쟁을 다룬 워게임은 이뿐 아니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는 미군 사망자가 3주 만에 32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수치는 미국이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치르면서 잃은 병력의 절반에 가깝다. 미국은 또 항공모함 2척을 포함한 함정 10~20척이 침몰되고, 항공기 수백대가 파괴되는 손실을 입는다. 일본도 100대 이상 전투기와 26척의 군함을 잃는다. 중국은 사망자 1만명, 포로 수만 명, 전투기 155대, 함정 138척 등의 손실을 입고 해군은 거의 괴멸된다. 대만은 3500명의 사상자를 내면서 보유 함정 26척 모두 침몰당하고, 전력망을 포함한 사회 인프라가 완전히 파괴된다. 미국은 대부분 시나리오에서 대만을 지키는 데 성공하지만 이후 상당 기간 글로벌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는다.

이 시나리오에서 주한미군은 북한의 도발을 우려해 4개 비행대대 중 절반만 대만전쟁에 투입한다. 그러나 북한이 기회주의적 도발을 시도할 위험이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러시아와 이란까지 동조 도발을 벌이게 되면 전쟁은 유럽과 중동으로 확대된다.

대부분의 워게임은 미·중 양국이 상대방에 대한 핵무기 공격은 하지 않을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핵전쟁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의 예상 침공 시기는 2024년부터 2027년까지 다양하다. 미 의회의 워게임은 2027년 침공을 설정하고 진행됐다. 대만 정부도 2027년이 우려된다고 했다. CSIS 워게임은 2026년 침공을 가정했다. 마이크 길데이 미 해군참모총장은 2024년 이전에 중국의 침공 대비를 마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지난 8일부터 사흘간 대만 폭격 훈련을 실시하면서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전폭기까지 동원했다. 중국 본토에서 미사일로 대만을 폭격하는 시뮬레이션 영상도 국영TV를 통해 공개했다. ‘대만 통일을 위해 무력 사용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의지가 작용했을 것이다. 대만은 중국의 위협에 대비해 국방예산을 대폭 늘리고 군 복무기한을 현행 4개월에서 1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미·중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존 아퀼리노 미 인도태평양 사령관은 최근 미 의회 청문회에서 “중국과의 전쟁이 불가피한 것도 아니고 임박한 것도 아니다”면서 “무력충돌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중국과의 전쟁을 막지 못한다면 싸워서 이길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짧게 끝나는 전쟁은 없다”고 덧붙였다. 전쟁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쪽에 방점이 찍혀 있다.

대만에서 미·중 전쟁이 벌어진다면 한반도는 6·25전쟁 이후 최대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대만해협의 안정은 결코 한반도 평화와 무관하지 않다. 대만전쟁이 우리의 전쟁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비상한 각오와 대비가 필요하다. 정부는 어떤 전략을 갖고 있는가.

전석운 논설위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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