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초기 전립선암부터 난치·희귀암에 희망… 내년 상반기 풀가동”

국민일보

[And 건강] “초기 전립선암부터 난치·희귀암에 희망… 내년 상반기 풀가동”

암세포만 찾아 ‘초정밀 타격’
꿈의 중입자치료기 첫 가동

입력 2023-05-09 04:05
현재 ‘고정형’은 전립선암에 최적
1인 20∼30분, 하루 15∼20명 치료

회전형 2대, 연말부터 순차 운영
췌장·폐암 등 모든 고형암 적용

암세포 살상력, 기존의 2.5∼3배
풀가동 땐 매년 900명 신규 치료
비용은 12회 5000만∼5500만원


지난달 말 일부 가동에 들어간 세브란스병원 중입자치료센터에서 1호 치료 환자인 전립선암 2기 60대 남성이 치료에 들어가기 전 준비를 하고 있다. 연세의료원 제공

이익재 세브란스병원 중입자치료센터장 인터뷰

현존 가장 뛰어난 암 치료로 평가받는 중입자 치료가 국내에서 처음 시작됐다.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은 지난달 말 60대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중입자 고정형 치료기 첫 가동에 들어갔으며 점차 치료 환자 수를 늘려갈 계획이다. 중입자 치료는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탄소 입자를 쬐어 암세포를 파괴한다. 주변 정상세포 손상을 최소화하고 암세포만 초정밀 타격해 부작용과 후유증이 적다. 과학학술지 네이처는 ‘날카로운 명사수(sharp shooters)’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했다.

이익재 세브란스병원 중입자치료센터장은 최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X선과 양성자 치료 두 가지만 있던 기존 방사선 치료 영역에서 중입자 치료가 가능해져 우리나라가 다양한 방사선 치료 기법을 보유하게 됐다”며 “앞으로 난치성 암에서 효과적인 치료법 중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입자 치료는 X선이나 양성자 치료보다 암세포 살상력이 2.5~3배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이익재 중입자치료센터장이 중입자 치료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연세의료원 제공

중입자 치료 장비는 독일과 일본 등 전 세계 몇몇 나라만이 갖추고 있어 그간 많은 국내 암 환자와 가족들이 억대의 비용을 지불하고 ‘원정 치료’를 떠나기도 했다. 이 센터장은 “중입자 치료를 받으러 해외에 갈 때는 언어 소통의 불편함이 따를 수 있다. 또 항암 치료 등 다른 방법과 함께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국내에서 받으면 이런 치료 일정에 지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이 센터장과 일문일답.

-첫 치료 질환이 왜 전립선암인가.

“일본 의료진의 경험을 토대로 고민 끝에 전립선암으로 정했다. 실제 일본 중입자 치료 대상의 25~30%정도가 전립선암 환자다. 일본에서 중입자 치료로 건강보험 적용을 받은 두 번째 암종일 정도로 치료 효과는 잘 알려져 있다. 우선 치료 대상은 국소 전립선암 환자다. 병기로 따지면 1·2기가 해당하며 일부 3기도 가능하다. 4기와 원격 전이가 많으면 치료 어려운 경우가 많다. 병기도 중요하지만 치료 부위와 정상 장기의 위치 등을 종합 고려해 치료 대상을 정한다.”

-전립선암의 중입자 치료 효과는.

“국소 전립선암에서 치료 효과 지표 중 매우 중요한 것이 ‘생화학적 무재발률’이다. 이는 혈액검사에서 전립선특이항원(PSA)값이 치료 후 최저치보다 2ng/㎖ 이상 상승한 상태다. 저위험군 전립선암에서 5년 무재발률은 중입자나 X선 치료 모두 비슷하지만 중등도 이상 위험군에서는 중입자 치료가 더 우수한 성적을 보이기 시작한다. 전립선암 세포가 다시 자라지 않는다는 뜻이다. 재발 위험이 가장 높은 고위험군에서는 중입자 치료의 5년 무재발률이 일관되게 90% 이상으로 보고된다. 또 전립선암 치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화기계 부작용인 혈변은 물론 빈뇨·절박뇨 혈뇨 등 비뇨기계 합병증 발생률이 낮아서 안전한 치료라는 것이 여러 문헌에서 밝혀졌다.”

-1호 환자 치료 상황과 주의할 점은.

“1호 환자는 전이가 없는 2기 전립선암이며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고민하던 중 중입자 치료 개시 소식을 듣고 오셨다. 앞으로 총 12회 치료받게 된다. 중입자 조사(照射) 시 환자가 느끼는 증상은 없다. 치료가 끝나갈 쯤 소변이나 대변 관련해 불편한 증상이 생길 수 있으나 보통 수주에 걸쳐 회복된다. 치료 후 환자가 느끼는 통증은 거의 없어 바로 귀가 가능하다. 치료가 끝나면 항문과 회음부 주변에 가벼운 피부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한 달간 사우나 등에서 탕목욕은 하지 말아야 한다.”

-향후 전립선암 치료 계획은.

“지난달 말에 2명의 전립선암 환자 치료를 시작했고 환자 수는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한 명의 실제 치료 시간은 수분 밖에 안되지만 치료실에 들어가 준비하는 시간과 치료 부위 확인까지 감안하면 20~30분 소요된다. 하루 15~20명 정도 치료 가능하다. 현재 중입자 치료 전용콜센터를 가동 중이며 하루 200건 이상 상담받고 있다. 중입자 치료 가능 여부는 다학제 진료를 통해 결정하며 특별히 나이 제한은 없다. 현재 수십 명 가량의 치료 일정이 잡혀 있다.”

-2대의 회전형 치료기 가동은 언제쯤.

“우리가 구축한 중입자 치료기는 고정형 1대와 회전형(갠트리) 2대다. 이번에 운영을 시작한 고정형 치료기는 특성상 전립선암 치료에 최적이다. 회전형은 360도 회전하면서 중입자를 쬐기 때문에 어느 방향에서든 환자 암세포에 집중 조사가 가능하다. 또 기존 치료기에 비해 중입자 조사 부분 스캐닝의 정밀도를 높였을 뿐아니라 ‘호흡 동조 치료’가 가능하다. 치료 환자 호흡에 따라 달라지는 종양 위치를 분석해 중입자 조사의 정확도를 높였다. 그만큼 치료 효율은 높고 동시에 부작용은 줄일 수 있다. 치료 횟수는 평균 12회로 X선 치료의 절반 수준이다. 회전형 중 1대는 올해 말 운영을 예상하며 두 번째 회전형 치료기도 6개월간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모든 치료기가 완전 가동되는 시기는 내년 상반기말로 생각하고 있다. 회전형 치료기 2대를 동시 선보이는 것은 세브란스병원이 전세계 최초다.”

-희귀·난치성 암 치료의 희망으로 볼 수 있나.

“중입자 치료는 혈액암을 제외한 모든 고형암(덩어리암)에 적용 가능하다. 특히 췌장암과 폐암 간암 등 5년 생존율이 낮은 난치성 암은 물론 골·연부조직 육종, 척삭종, 악성 흑색종(피부암) 등 희귀암 치료에도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전립선암 이외 고형암은 회전형 치료실에서 치료하게 될 것이다. 여러 방향으로 치료 설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상되는 연간 치료 환자는. 비용이 여전히 만만찮은데.

“치료기 풀 가동 시 치료는 연간 1만건으로 예상하며 매년 약 900명의 신규 환자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현재 중입자 치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암종에 따라 치료 횟수와 비용도 달라진다. 전립선암의 경우 평균 12회 치료 시 5000만~5500만원이 든다. 과거 해외 원정 치료 비용이 1억~2억원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부담이 크게 덜어졌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