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80%가 병원·시설서 임종… 유난히 외로운 한국의 노년

국민일보

노인 80%가 병원·시설서 임종… 유난히 외로운 한국의 노년

[김용익의 돌봄 이야기] ① 노인도 자기 삶을 살아야

입력 2023-05-08 18:20

얼마 전 미국 정부는 외로움이 ‘하루 담배 15개비만큼 해롭다’고 발표했다. 외로움이 그저 우울하다는 심리 상태를 넘어 건강을 해치는 ‘병균’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주변으로부터 단절될 위험성이 가장 큰 노년의 외로움은 창살 없는 감옥과 같다. 한국 노인 중 1인 가구 비율은 33.4%이지만, 고립감을 느끼는 노인이 반드시 독거노인만은 아닐 것이다.

반대로 노인이 노인시설·요양병원에 수용되는 순간, 또 다른 의미에서의 감옥이 시작된다. 생활의 주도권이 시설이나 병원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인권유린의 상태가 아니더라도 시설에서의 삶은 지금까지의 삶이 아니다. 그런데 한국 노인 10명 중 8명은 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임종을 맞는다. 고립되거나 수용된 삶은 내 인생이 아닌 낯선 그 무엇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삶을 노인은 노후에야 살지만, 많은 장애인은 평생을 살고 있다.

노인도 집에서 최대한 오래 살아야 한다.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더불어 살아야 한다. 문제는 노인이 내 집에서 나의 삶을 살기 위해선 가족 누군가가 돌보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 ‘가족’이 그들을 돌볼 여력을 잃어버린 지가 20년도 더 됐다는 것이다. 독거노인의 경우 가족이 없으니 이웃의 동반이 필요한데 그 ‘이웃’은 더 오래전에 사라졌다. 노인은 가족과 이웃을 필요로 하는데 가족도 이웃도 손을 내밀 수 없는 사회, 그것이 지금의 한국 사회다.

15년 전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되고 요양보호사가 일상생활 장애가 심한 노인들을 집으로 찾아가 수발을 들어주자 수많은 가정이 신기해했다. 노인 돌봄의 숨통이 트인 것이다.

만일 방문이 수발에 그치지 않고 의사가 왕진을 다니면서 병을 다스려주면 어떨까? 간호사가 주기적으로 방문해 간호를 해주면 어떨까? 사회복지사가 찾아가 경제상태, 가족갈등 등을 적절히 대처해 주면 어떨까? 아이들이 학교에 가듯이 노인, 장애인들이 주간보호센터에 가서 일상생활 기능을 되살리는 각종 프로그램을 하고 오는 제도를 만들면 어떨까? 돌봄의 두려움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노인과 장애인들이 내 집에서 외롭지 않게 충만한 삶을 사면서 가족에게 부담주지 않는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한두 나라만 이런 제도를 만든 것도 아니다. 우리가 유난히 괴로운 것이다.

김용익 (재)돌봄과미래 이사장,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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