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저수지·옥토… 고대부터 꽃피운 찬란한 농경문화

국민일보

낙동강·저수지·옥토… 고대부터 꽃피운 찬란한 농경문화

쌀·누에고치·곶감… ‘三白의 농업도시’경북 상주

입력 2023-05-10 20:46 수정 2023-05-10 20:56
경북 상주시 공검면 양정리의 삼한시대 농경용 저수지인 공검지를 공중에서 본 모양이 이색적이다. 오른쪽 아래 주차장에 '공갈못 옛터' 표지석이 있다.

경북 상주는 손꼽히는 농업도시다. 생명의 젖줄인 낙동강을 낀 넓은 평야에 땅이 비옥하고 기후가 온난해 농업하기 좋은 환경 조건을 갖추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삼백(三白)의 고장’이라는 명성을 얻으며 찬란한 농경문화를 꽃피웠다. 삼백은 본래 쌀, 목화, 누에고치를 뜻했는데 지금은 목화 대신 곶감이 들어간다.

옛날 상주에 터를 잡은 이들은 낙동강과 그 지류 주변을 중심으로 모여들어 벼농사 등을 지었다. 조선시대 영남에서 수리시설이 가장 많은 지역이 상주였다. 낙동강 본류에서 서쪽으로 9㎞ 떨어져 있는 상주시 공검면 양정리에 자리한 삼한시대 농경용 저수지인 공검지(恭儉池·공갈못)는 최소 1400년 상주 농업의 역사를 상징한다. 당시 둑 길이 430m, 못 둘레 8.5~8.9㎞, 못 깊이 2~3m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였다.

공갈못은 전체가 분지여서 못 앞 주차장 자리만 막으면 자연 호수가 되는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둑을 막지 않아도 반(半) 습지여서 비가 많이 오면 전체가 물에 잠기고 갈수기 때는 곳곳에 물이 고여 여러 개의 작은 습지가 형성되는 곳이다. 근대화 식량증산사업 과정 중에 연못 일부만 남고 대부분 논으로 변신했다. 2011년 6월 우리나라 논 습지 가운데 최초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삼한시대의 저수지 중에서도 원형이 가장 많이 남아 있어 역사적 가치도 매우 높다. 2009년 5월 공갈못 정비 과정에서 화석처럼 검게 변한 목재 14점이 출토됐다. 방사성탄소연대와 나무의 종류·나이를 분석한 결과 585~745년의 것으로 밝혀졌다. 세계 최고(最古) 목재 수리시설로 알려진 일본 오사카현의 협산지 수리시설과 비슷한 시기다.

농업기술도 뛰어났다. 17세기 상주와 안동 등 영남의 농사법을 기록한 수암 유진의 위빈명농기(渭濱明農記)는 당시 나라에서 펴낸 농서 농가집성(農家集成)의 기초자료로 사용될 정도였다.

습지와 수상데크 및 산책로, 자연생태관을 갖춘 중덕저수지. 8월 말~9월 초 연꽃이 만발하면 장관을 이룬다.

상주에서 가볼 만한 또 하나의 저수지는 중덕동에 위치한 중덕지다. 둘레는 약 750m, 깊이는 약 1m다. 이곳에 조성된 자연생태공원은 수질정화습지, 저수지, 수상데크, 연꽃광장, 탐방로, 자연생태관 등을 갖추고 있다. 수상데크 및 산책로를 걸으며 자연생태를 체험할 수 있으며 8월 말에서 9월 초에 만발한 연꽃을 만날 수 있다.

상주는 명주 산업이 아직도 남아 있다. 상주에서 잠업(뽕나무를 심어 누에를 치고 명주를 뽑아 옷을 짓는 산업)이 크게 발달한 것은 조선 후기부터다. 세종실록지리지에도 상주 특산물로 뽕나무가 기록돼 있다.

상주 명주는 함창(咸昌)읍과 이안면 지역을 중심으로 수십 년간 원단 납품이나 수의를 짓는 것으로 명맥만 유지해 왔으나 최근 전통·천연·웰빙·슬로 등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면서 한복과 간편복·스카프 같은 소품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함창의 잠업 관련 전시실 등을 갖춘 명주박물관.

함창읍 명주박물관은 우리나라 잠업의 역사와 오늘날 새로운 장을 쓰는 함창의 잠업을 소개하고 있다. 상설전시실과 체험전시실·영상관 등을 갖췄다. 주변에는 장미동산과 한복진흥원·농협박물관·명주테마파크 등 풍부한 볼거리가 있다.

함창읍은 낙동강 중류에서 남해에 이르는 가야의 권역 중 최북단에 위치한 고령가야(古寧伽倻)의 고도(古都)다. 고령가야는 삼국유사 5가야조와 삼국사기 지리지 상주·고령군조, 그리고 6가야국사실록에 이름을 전한다. 당시 고령가야는 험준한 조령을 두고 백제와 경계를 이루며 낙동강으로 가야제국과 통하는 길목이다.

가야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라고 볼 수 있는 삼국유사 5가야조에 고령가야를 함녕(咸寧·咸昌의 별칭)으로 기록하고 있다. 6가야국사실록에 고령가야는 김해 가락국이 건국하던 해인 서기 42년 수로왕의 셋째 동생 고로왕이 나라를 세운 뒤 2대 마종왕을 거쳐 3대 이현왕까지 215년간 이어졌다고 기록돼 있다. 6가야 가운데 가장 짧은 역사를 가진 고령가야는 실체를 입증할 문헌이나 유적이 별로 없어 위치와 연대만 추정할 뿐이다.

함창에 도읍을 둔 고령가야의 태조왕릉.

함창읍 증촌리에는 고령가야국 태조 왕릉이라고 전해오는 무덤이 있다. 1592년 조선 선조 25년에 능 밑 층계 앞에 파묻혀 있는 묘비를 발견해 고령가야 왕릉임이 확인됐다고 한다. 이후 1712년 숙종 38년 왕명에 의해 묘비와 석물을 설치했다. 능에는 ‘고령태조왕릉(古寧太祖王陵)’이라고 음각된 비석이 있다. 인근 주민들은 이 능을 서릉이라 하고 동쪽으로 200m 지점에 있는 왕후 능을 동릉이라 부르고 있다.

여행메모
상주·낙단보 인공호수에서 레포츠
감 껍질 사료로 키운 한우 식당 즐비

1800년대 독일 자전거 등을 갖운 자전거박물관.

경북 상주시 함창읍은 중부내륙고속도로 점촌함창나들목에서 가깝다. 공검지는 북상주나들목에서 빠지면 편하다.

경천대, 경천섬 등 낙동강 주변에 여행 명소가 많다. 자전거의 도시 상주는 여행지를 자전거를 빌려 타고 이동하며 구경할 수 있다. 국내 최초의 자전거박물관은 1800년대 독일 자전거부터 옛 나무 자전거까지 600여 점을 전시 중이다.

물살이 거칠지 않고 풍광이 좋은 낙동강 주변은 내륙의 수상 레저 활동 명소다. 상주보와 낙단보 건설로 생긴 거대한 인공호수에서 카누, 카약, 수상자전거 등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회상리 덕암산 정상에서 체험하는 패러글라이딩.

중동면 회상리의 덕암산 831m 정상에선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하늘을 활공하는 짜릿한 체험도 가능하다. 상주보 인근 낙동강 생태공원에 조성한 오토캠핑장은 가족 단위 여행객들의 쉼터로 안성맞춤이다.

상주는 한우로도 유명하다. 상주 한우는 이곳 특산물인 감 껍질을 사료로 키운다. 시내 중심은 물론 낙동강 변 등에 한우식당이 들어서 있다. 상주 곶감은 조선시대에 임금님께 진상할 정도로 예부터 최고로 인정받았다.



상주=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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