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아이 갑자기 실신… 부정맥, 어른들만의 질병 아니다

국민일보

5살 아이 갑자기 실신… 부정맥, 어른들만의 질병 아니다

긴 QT증후군, 심정지·급사 위험
뱃속 아기·신생아도 발생 가능성
특히 연령따라 증상 달라 요주의
부정맥 소아 전문의 10명도 안돼

입력 2023-05-15 20:39
고려대안암병원 이주성 교수가 부정맥이 의심되는 아이의 엄마와 상담하고 있다. 부정맥은 성인뿐 아니라 태아에서 청소년기까지도 나타날 수 있어 부모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다섯 살 자녀를 둔 A씨. 얼마 전 아이가 놀이터에서 놀다 갑자기 실신했다. 다행히 곧 괜찮아졌지만, 최근 가까운 친척이 부정맥 질환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잊고 있던 아이의 심장 건강이 걱정돼 소아심장 전문의를 찾았다. 검사결과 유전성 부정맥의 일종인 ‘긴 QT증후군’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아이의 병이 자칫 심정지나 급사할 수도 있는 위험한 유형이라는 의사 얘기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흔히 어른 질병으로 여겨지는 부정맥은 어린아이와 청소년에게도 찾아올 수 있는데, 부모들이 이를 잘 몰라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뱃속 아기와 신생아에게도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다.

부정맥은 심장이 불규칙하게 빨리(빈맥) 혹은 느리게 뛰거나(서맥), 혼합된 양상을 보이는 등 맥박에 문제 있는 경우를 말한다. 성인의 경우 심장 박동수가 휴식을 취할 때 분당 60회 미만이면 서맥, 분당 100회보다 빠르면 빈맥에 해당한다. 소아 청소년은 나이가 어릴수록 빠른 심장 박동수를 보이는 게 일반적이지만 연령에 따라 세분화된 정상 범위가 있고 그보다 느리면 서맥, 빠르면 빈맥으로 간주된다.

고려대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주성 교수는 15일 “부정맥의 호발 연령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소아에서 흔한 부정맥 중 하나인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은 1세 이전에 빈번했다가 돌을 지나면서 빈도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다시 5세 이후로 빈번해지거나 혹은 이전에 없었다가 10세 안팎에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소아와 청소년에서 부정맥이 생기는 이유는 다양하고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서맥은 산모에게 자가면역질환이 있거나 아이가 선천성심장병, 심근병증, 심근염 같은 염증성 질환을 앓고 나서 생길 수 있다. 빈맥은 선천적으로 ‘부전도로(심방과 심실 연결 회로)’ 같은 빈맥 유발 조직이 심장에 있는 경우, 선천성심장병·심근병증·심근염 등 또한 원인일 수 있다.

선천성심장병이나 유전성 부정맥, 심근병증 등을 가진 경우 부정맥이 더 잘 발생할 수 있고 선천성심장병 수술을 받은 경우 보통의 소아에 흔치 않은 여러 부정맥이 잦을 수 있는 만큼 수술 후 꾸준히 추적 관찰해야 한다.

특히 심장 구조는 정상이지만 심장근육이 커지는 심근병증인 경우 실신이나 급사(심장돌연사)를 초래할 수 있다. 긴 QT증후군이나 부르가다증후군 같은 유전성 부정맥도 마찬가지로 생명에 위협적이다.


이 교수는 “심실성 빈맥이 돌연사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더 많지만 서맥 혹은 빈맥이냐 보다는 각각의 중증도가 위험도에 더 중요한 요소”라면서 “보통 성인에게 서맥이 있는 경우 활동량이 많은 상황에서 쉽게 피로감 어지러움을 느끼고 실신할 수 있는데, 소아 역시 빈맥과 마찬가지로 이런 것들을 부모가 인지하지 못해 아주 심각한 상황으로 진행되면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위험도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중요하다”고 했다.


문제는 연령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는 점이다. 부정맥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부모가 자녀 성장 과정의 당연한 현상 혹은 사춘기의 심리적 문제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사춘기엔 공황장애, 불안장애와 비슷하게 심장이 두근거린다거나 숨이 쉬어지지 않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할 수 있다. 이런 심리적 스트레스에 의한 증상과 부정맥을 구별하려면 정확한 평가와 세밀한 검사가 따라야 한다.

이 시기 부정맥은 심장 기능에 이상이 없고 증상도 나타나지 않는 등 위험도가 낮다면 지속 관찰하며 관리해주면 된다. 그 외에는 보다 적극적 치료가 필요한데, 신생아나 영유아 땐 약물치료가 우선된다. 몸무게 15㎏이상 학령기에는 성인처럼 전극도자절제술(사타구니 혈관 통해 특수 도관을 삽입, 고주파로 부정맥 부위 제거)이 가능하다.

소아 청소년기에 흔한 ‘상심실성 빈맥’의 전극도자절제술 성공률은 97%에 달한다.

이 밖에도 냉각절제술, 3차원지도화 장비 등 다양한 치료법이 있어 부정맥 종류에 따라 적합한 치료법을 선택하면 완치할 수 있다. 심장마비 위험이 있는 경우 체내에 심장박동기를 삽입해 관리하면 정상 생활이 가능하다.

이 교수는 “소아는 성인에 비해 심장이 작아 부정맥 시술 중 합병증 위험이 성인보다 크다. 대체로 소아 부정맥의 원인이 되는 심장병 이해도가 높은 전문 의료진에게 치료받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부정맥 시술이 가능한 소아 부정맥 전문의는 전국적으로 10명이 채 안 된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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