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섬이다’… 푸른 청보리 물결 속 메타세쿼이아 숲

국민일보

‘나는 섬이다’… 푸른 청보리 물결 속 메타세쿼이아 숲

전북 군산에 이런 곳도 있었네~

입력 2023-05-17 21:35
전북 군산시 내초리 넓은 평야 가운데 메타세쿼이아 숲이 푸른 보리밭과 신비로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5월 여행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알려지면서 인생샷을 남기려는 발길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바다와 강이 맞닿아 있는 전북 군산에는 대표 관광지인 시간여행마을과 고군산군도 외에도 덜 알려진 여행명소가 가득하다. 금강 주변 곳곳에 숨어 있다.

대표적인 곳은 내초리. 그곳은 원래 갯벌이 광활한 섬이었다. 면적 0.43㎢로, 전남 지도군 고군산면에 속했던 내초도는 1914년 전북 옥구군에 속했다가 1983년에는 군산시 내초리에 편입됐다. 1980년대 군장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간척 사업으로 육지와 연결됐다. ‘한국지명총람’에서 이름의 유래를 보면 본래 전남 지도군 고군산면의 지역으로서 새(풀)가 많으므로 ‘새섬’ 또는 ‘초도’라 했다.

이곳이 최근 각광을 받는 것은 청보리밭 덕분이다. 내초리 보리밭은 농지 사이에 섬처럼 자리 잡은 메타세쿼이아 숲과 신비로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푸르게 파도치는 청보리 사이에 메타세쿼이아 숲이 섬처럼 떠 있다. 주위로 높은 건물이 없어 탁 트인 시야를 보여줘 더욱 청량한 모습이다. ‘5월 여행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인생샷’을 남기려는 관광객과 작품을 건지려는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군산 여행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말랭이 마을.

최근 군산의 여행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곳은 이름부터 생소한 말랭이 마을이다. ‘산비탈·산봉우리 맨 끝에’라는 뜻을 지닌 ‘말랭이’라는 이름처럼 신흥동 월명산 자락의 끝 산비탈에 서로의 등을 기대고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 옛 모습을 간직한 곳이다. 군산 근대화거리 중심에서 도심 서쪽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 일본 지주들과 피난민 그리고 가난한 백성들이 거주하던 곳으로 사라져가던 마을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말랭이마을은 신흥동 일원 1만㎡에 2021년 완공됐다. 마을 주차장 바로 앞에 위치한 일본식 가옥 두 채가 시선을 끈다. 이곳에서 마을을 바라보면 알록달록 지붕 색깔과 벽화가 눈길을 끈다.

꼬불꼬불길을 따라 마을의 한가운데에 추억전시관이 있고, 마을 어르신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이야기마당이 있다. 마을 외곽으로 배우 김수미 씨의 이름으로 명명된 김수미길이 있다. 그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전원일기에서 일용엄니로 알려진 김수미 씨의 어릴적 살던 곳을 복원해 놓은 집터가 있다.

추억전시관은 옛 생활상을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옛날 상점과 골목 그리고 의상도 준비돼 있다. 추억전시관은 2층으로 꾸며져 있고, 2층에서는 바로 옆의 또 다른 전시관으로 갈 수 있다.

말랭이 마을 뒤 월명공원 내 수시탑.

바로 뒤 월명공원에는 유난히 기념비와 기념탑이 많다. 수시탑, 삼일운동기념비, 채만식 문인비, 개항기념탑 등이 있다. 이중 가장 유명한 조형물은 수시탑이다. 수시탑은 1966년에 군산의 부흥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세운 탑이다. 타오르는 불꽃 모양이나 바람에 날리는 돛의 형태를 닮았다.

바로 옆은 해망동 마을이다. 일제 강점기 전라도의 쌀을 좀 더 쉽게 일본으로 가져가기 위해 군산 내항과 시내를 연결하려고 1926년에 만든 반원형의 터널인 ‘해망굴’이 있다. 높이 4.5m, 길이 130m의 터널은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184호에 지정돼 있다.

일제 강점기 군산 내항과 시내를 연결하던 해망굴.

해망굴의 입구는 석축으로 쌓여 있고 안쪽은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있다. 6·25전쟁 당시에는 인민군 지휘소가 자리했다고 하며 입구 주변에는 당시 미군 비행기가 쏜 총탄의 흔적이 남아 있다.

금강 하굿둑에서 5㎞ 거리에 위치하는 오성산은 군산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정신적 지주로 삼아 온 명산이다. 산 정상에는 전망대와 기상대가 있으며, 패러글라이딩 연습장, 주차장, 휴게실 등 위락시설이 있다. 오성산 주변으로는 신석기시대 초기의 즐문토기, 패총지와 지석묘군이 발견됐고 고려 최무선 장군의 대승첩지와 도진산 봉수대지가 있다.

이른 아침 오성산 정상 오성인의 묘.

정상에는 오성인의 묘가 있다. 백제 말 부여로 쳐들어가는 당나라의 장수가 오성산에 이르러 마침 장기를 두고 있는 다섯 노인에게 부여로 가는 길을 묻자 ‘백제를 치러 온 적군에게 길을 가르쳐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는 설화가 전하고 있다. 이 다섯 노인은 당나라 장수에게 목이 잘렸고, 그 후부터 이 노인들은 ‘오성’이라 추모해 왔다고 한다. 산 정상까지 차량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여행메모
옥녀교차로 인근 보리밭 메타세쿼이아
오성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일출·일몰

군산 메타세쿼이아 보리밭은 내초리 옥녀교차로 인근이다. 특별한 제재가 없어 연중무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인근 옥녀교차로에 차량 몇 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보리밭은 개인 사유지로 농작물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말랭이 마을에도 무료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말랭이 마을 뒤 월명공원에 채만식 문학비가 있다.

오성산은 서해안고속도로 군산나들목에서 가깝다. 꼬불꼬불 산길을 올라가면 넓은 공터가 나타난다. 일몰뿐 아니라 일출도 볼 수 있다. 오성인의 묘 지나 두 번째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 닿으면 동쪽·서쪽으로 확 트인다. 금강 줄기 따라 떠오르는 해돋이와 해넘이가 장관이다.

인근에 군산 철새조망대로 알려진 금강미래체험관이 자리한다. 주 전시장이었던 본관 1·2층이 금강의 문화관, 금강의 생태관, 미래기후변화관의 3개 관으로 개편됐다. 금강에 서식하고 있는 물고기를 관찰할 수 있는 수족관, 금강의 모습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군산=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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