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식 기자의 신앙적 생각] 세속적 가치 떠나 본질로 돌아가라

국민일보

[최경식 기자의 신앙적 생각] 세속적 가치 떠나 본질로 돌아가라

교계 이래서야

입력 2023-05-2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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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계가 세속적인 가치에 동화되는 모습을 보이면 기독교의 본질인 신앙과 성경의 가르침은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다.

기독교계를 살피다 보면 의외의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것 같은 이곳에 세속적인 모습들이 적지 않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선 비본질적인 측면에 기인한 교단들의 분열이 있다. 중요한 신학적인 측면보다는 각자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선택과 파벌의식 당파성 지연 학연 등 비신학적이면서 정치적인 측면이 크게 작용해 마치 세포분열하듯 교단들이 분열을 거듭해왔다.

일부 교단 총회 등을 보면 여의도 국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도 나타난다. 뜻이 맞지 않으면 온갖 고성이 난무하고 ‘살벌하다’ 느낄 정도로 폭력적인 모습마저 보인다. 일부 대형교회 목회자들은 정치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나 입장 표명을 숨기지 않는다.

일례로 최근 만났던 한 목회자는 신앙이나 목회 얘기보다는 정치와 관련된 얘기를 주로 했다. 나아가 어떤 목회자들은 대놓고 정치 행보를 하기도 한다. 교인들을 동원해 길거리에 나가 대규모 집회를 하거나 정치적 발언들을 서슴없이 내뱉고 있다. 발언들은 대체로 공격적이고 편향적인 특성을 갖는다. 한때는 기독교 정당을 창당해 국회에 진입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교계가 세속적인 가치와 구별되려는 것이 아닌, 동화돼 따라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분명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렇게 되면 기독교의 본질인 신앙과 성경의 가르침은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시간이 갈수록 대중들이 기독교에 대해 반감을 갖고 떠나가는 데에는 이 같은 교계의 모습에 대한 실망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약 13%의 교인들이 교회를 떠났다.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종교와 세속적 가치가 적절한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교훈으로 가득 차 있다. 이것이 분리되지 않았을 때 수많은 모순과 비극들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교계가 지향해야 할 목표들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그 무엇보다 교계의 본질인 복음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한한 복음은 유한한 이념이나 특정 정파를 초월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복음의 공동체인 교회는 특정 정파나 정당과 일치할 수 없다. 아울러 공공선의 실천이라는 기준도 명확히 세워야 한다. 이는 하나님 나라의 구현으로서 교인들이 어떤 제도와 정책을 추구하든 적용해야 하는 복음적 기준이 된다고 한다. 이를 통해 교회에 대한 대중들의 반감도 크게 상쇄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1919년 3·1운동은 기독교계가 공공선 실천의 중심에 있었던 좋은 사례로 꼽힌다. 당시 정교분리를 주장하며 3·1운동에 참여하지 않았던 천주교와 달리 개신교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당시 개신교 인구가 전체 인구의 1% 정도에 불과했지만 개신교인들은 앞장서서 3·1운동을 주도했다. 그 결과 일제에 의해 가장 많이 희생된 사람들도 개신교인들이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원인은 당시 교계의 진일보한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발적 결사체로서의 교회가 전국에 세워졌고, 남녀와 신분의 차별 없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토론회 활성화 등 수평적 의사소통을 수행하는 공공의 공간이 됐다. 이에 따라 교회에 소속된 교인들은 공공의 공간에 참여하는 깨어있는 사람들을 의미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공공선에 기초한 개신교 중심의 3·1운동이 가능했던 것이다.

현 사회에서 대중들이 교계에 바라는 모습도 3·1운동 당시 개신교의 모습일 것이라 생각한다. 세속적인 가치에 매몰돼 신뢰와 방향성을 잃어버리는 교계가 아닌, 본질로 돌아가 다시 부흥의 역사를 이루는 한국교회를 소망해본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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