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수 칼럼] 지금 민주당에서 진보적 가치가 보이는가

국민일보

[신종수 칼럼] 지금 민주당에서 진보적 가치가 보이는가

입력 2023-05-23 04:20

공동체 이익보다 개인 이익 선택하는 행태 반복
돈 권력 추구하면서 자기 희생 안하고 도덕성도 무시
진보 가치 다시 세우지 않으면 국민 지지 얻지 못할 것

김남국 사태를 보면서 진보의 가치를 생각해 본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에서 정의나 청렴, 민주주의 같은 진보적 가치들이 보이는가. 김남국뿐만이 아니라 조국 사태나 이재명 사건도 마찬가지다. 진보적 가치를 내세우지만 자기 이익과 충돌하면 항상 자기 이익을 선택한다. 자기 이익이 최상위에 있고 공동체 이익보다 앞선다.

이는 자기 희생이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진보가 그나마 역사적으로 존경을 받았던 구석이 있다면 자기 희생이다. 과거에 진보는 민주화를 위해 싸우다 투옥되거나 다치고 죽었다. 무능하거나 오류가 있어도 큰 가치를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모습을 보고 국민 상당수가 봐주고 인정해 줬다. 민주화 이후 진보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어하는지 모르겠다. 불법과 편법을 동원해 안락한 삶을 추구하면서 관념적으로만 진보면 가짜다. 자기 이익이나 출세를 위한 통로나 수단으로 진보적 활동을 하면 진보 장사다.

진보의 도덕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한국 사회에서 진보는 보수보다 도적적으로 낫다는 지위를 오랫동안 누려왔다. 민주 대 반민주 구도에서는 특히 그랬다. 화염병을 던지고 건물을 점거하고 보도블록을 깨서 던지는 불법과 폭력을 저질러도 민주화라는 가치와 대의명분 덕분에 상당수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불법 폭력 시위가 아닌 민주 항쟁이라는 역사의 평가도 받았다.

도덕적 우위는 진보의 상징자본이었다. 그런데 민주당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중 어느 쪽이 더 도덕적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일반 국민은 21.3%가 민주당, 37.6%는 국민의힘이라고 답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16.3% 포인트 낮았다.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김남국 사태와 관련해 “진보라고 꼭 도덕성을 내세울 필요가 있느냐. 우리당은 너무 도덕주의가 강하다”고 두둔했다. 박성준 의원은 “도덕성 따지다가 우리가 맨날 당한다”고 말했다.

김남국 의원은 불법 행위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불법이 없었는지는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설령 드러나지 않더라도 국민들의 분노와 실망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민주화운동은 집시법 위반에서부터 국가보안법 위반까지 불법 투성이인데도 상당수 국민들이 지지했다.

진보는 부족한 구석이 많아도 큰 가치와 미래 비전, 명분을 향해 희생하며 나아가는 모습이어야 한다. 누가 뭐래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이 뛰게 하는 진보여야 한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 안에서 가슴을 뛰게 하는 사람도 없고 진보적 가치와 대의명분도 보이지 않는다. 돈을 벌거나 공천을 받거나 정권을 잡으려는 이익 추구뿐이다. 이재명 대표는 대선 패배 직후 주식 투자를 하고 당대표에 출마하고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핵심 측근인 김남국 의원은 국회 상임위 시간에도 잡코인 투기를 하고 문제가 드러나자 도주성 탈당을 했다. 양이원영 같은 의원들은 내년 총선 공천을 받기 위해 이 대표와 개딸들이 좋아할 말만 한다. 잘못이나 위법행위를 했어도 인정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모면하려 하거나 검찰의 작품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한다. ‘국민의힘 의원은?’이라고 물타기도 한다. 김남국 의원 등은 언어구사 능력도 뛰어나다. 재능을 나쁜 데 사용하고 있다. 개딸들은 김남국 사태를 비판하는 민주당 청년 정치인들을 좌표 찍어 공격한다. 진보 세력이 아니라 이권 카르텔, 투전판 사람들 같다.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목숨을 끊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는 진보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그런 선택을 했을 것이다. 얼마전 노동운동가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이 탈진보를 선언하면서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의 전신은 반민주의 상징이었고, 진보를 대표하는 민주당은 민주의 상징이었지만 두 세력의 상징성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국민의힘을 반민주로, 민주당을 민주로 착각하는 것은 ‘87체제’의 관성이 만든 착시라는 것이다. 진보 진영의 대표성은 민주당에 있지만 민주당은 도덕성을 상실했고 진보 이미지는 오염된 만큼 이 상황을 타개하려면 진보의 가치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민주당은 진보의 가치를 다시 세울 수 있을까. 진보의 가치를 다시 세우지 않는 민주당은 개딸 같은 강성 지지자 말고는 일반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신종수 편집인 js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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