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시스템 효율화 차원에서 PA 간호사 법제화 검토하길

국민일보

[사설] 의료시스템 효율화 차원에서 PA 간호사 법제화 검토하길

입력 2023-05-24 04:02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협회 측은 간호사 및 전국 200개 대학 간호학과 학생 등 약 10만명이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추산으로는 2만2000명가량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7일부터 준법투쟁에 돌입한 협회는 앞으로 정치인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 논란에서 ‘PA(진료보조) 간호사’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PA 간호사는 수술 보조, 검사·시술 보조, 응급상황 보조 등 의사의 영역에 해당하는 의료행위를 일부 대신해온 간호사를 말한다. 의사 인력의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심해진 2010년 무렵 등장했고, 주당 130시간에 달하던 전공의 수련시간을 80시간으로 제한한 2016년 이후 더욱 확산했다. 의사 인력 부족을 숙련된 간호사로 메우는 일이 관행화하면서 현재 전국에 1만명 안팎의 PA 간호사가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학병원은 보통 60~100명의 PA 간호사를 두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들의 법적 지위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의료법은 간호사의 임무를 ‘의사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 보조’라고 두루뭉술하게 규정했다. 간호법 거부권 행사 이후 준법투쟁에 나선 간호협회는 대리 처방, 수술 보조, 수술 부위 봉합, 채혈, 조직 채취, 기관 삽관 등 PA 간호사 역할의 스물네 가지 리스트를 만들어 불법 의료행위로 규정하며 거부하고 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간호사에게 위임할 수 있는 의료 행위는 침습성·난이도·위해성 등을 고려해 구체적 행위마다 개별적으로 결정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이를 일률적으로 불법이라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법조문이 적용되는 사안을 놓고 정반대 해석이 나오는 지금의 상황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

논쟁의 발단인 간호법 제정안에는 PA 간호사와 관련된 조항이 없다. 설령 간호법이 시행된다 해도 이 문제는 전혀 해소되지 않는다. 간호법 논란과 별개로 의료 현장의 암묵적 관행, 모호한 규정을 바로잡는 차원에서 다뤄야 할 일이다. 숙련된 간호사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은 의료 시스템의 효율적 운영에 매우 긴요하다. 직역 간 영역 다툼을 넘어 의료 현장 효율화 측면에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PA 간호사에게 적절하고 명확한 역할을 부여하는 규정을 시급히 마련해야 하며, 근본적으로 의사 인력 부족에서 비롯된 문제인 만큼 의대 정원 확대 등 의사 자원을 늘리는 작업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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